우리 경제생산과 투자를 책임지는 기업들의 체감경기는 새해 들어서도 암울했다. 국제유가 급락에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동까지 겹쳐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30일 한국은행은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1월 73으로 전월과 같았다고 밝혔다. 이 지수는 100을 밑돌면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으로 지난 2010년 7월(100) 이후 4년6개월 연속 기준선 아래에서 움직였다. 특히 2월 전망 BSI는 73으로 전월보다 4포인트나 급락했다. 2013년 2월(72) 이후 2년 만의 최저다.
박동화 한은 기업통계팀 차장은 "새해 들어 선진국의 상반된 통화정책 등으로 세계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된데다 중국 성장세가 둔화해 수출업체 중심으로 전망이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경영 애로사항으로 '불확실한 경제상황'을 꼽은 응답자도 전체의 18.4%로 전월보다 1.6%포인트 올랐다. 가장 큰 애로사항은 내수부진(24.7%)이었다.
불확실한 국제경제상황은 당장의 외국인 자금 유출에 따른 위기로 전이되지는 않고 있으나 기업들이 움츠러드는 등 우리 경제를 서서히 옥죄고 있다.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이렇게 나빠지면 당연히 투자와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실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경제동향 간담회에서 주요국 통화정책 차별화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를 올 주요 리스크로 꼽은 바 있다.
세부적으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대기업의 체감경기가 안 좋았다. BSI가 76으로 1포인트 내렸다. 미국이 테이퍼링을 암시한 직후인 2013년 7월(75) 이후 1년6개월 만의 최저다. 대기업 2월 전망 BSI도 75로 5포인트 급감했다. 2년 이래 최저다. 중소기업 BSI는 71로 2포인트 올랐으나 전망은 2포인트 내려 71을 나타냈다.
서비스업 등 비제조업 BSI는 전월과 같은 69를 기록했다. 다만 2월 전망 BSI는 70으로 전월보다 2포인트 올랐다. 한은은 부동산 3법의 국회 통과, 정부의 투자 활성화 대책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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