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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 Life] 양원석 알에이치코리아 대표

게걸음 한국출판 영어기반 콘텐츠 늘려 해외로 발 넓혀야<br>종이책·내수 의존은 한계 영화·애니·게임·캐릭터 등<br>원소스 멀티유즈 활용으로 콘텐츠 부가가치 높이기 필요<br>10여년 저작권 에이전트하며 베텔스만 국내 진출시켰지만 번역상 제정 못해 아쉬워



"제 꿈은 아시아ㆍ태평양 콘텐츠 사업입니다. 한류 붐을 타고 한국의 여러 콘텐츠 부분이 다 활성화됐지만 출판만 제자리예요. 국내 출판시장만으로는 더 이상 성장이 어렵습니다. 영어기반 콘텐츠 확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향후 일본 출판사 한 곳을 인수해 선진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국의 콘텐츠를 더해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양원석(50) 알에이치코리아(RHK) 대표는 올해 취임 8년째인 출판사 대표보다는 '에릭 양'이라는 출판 에이전트로 더 많이 기억된다. 그는 지난 1995년 에릭양에이전시를 설립해 10여년간 국내외 저작권을 수출하고 수입하는 일을 해왔다. 영어ㆍ일어ㆍ중국어에 능통한 그는 '다빈치코드' '해리포터 시리즈' 등을 비롯해 초대형 베스트셀러 100여종을 국내에 소개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양 대표는 2005년 랜덤하우스 아시아 대표로 랜덤하우스에 합류해 2007년에는 랜덤하우스코리아 대표도 겸임해왔다. 이후 지분 100%를 인수하며 알에이치코리아로 사명을 바꿨다. 지난해 말에는 2년 임기의 아시아태평양출판협회(APPA) 제6대 회장으로도 선출됐다. APPA는 1994년 설립돼 현재 16개 나라가 정회원으로 소속돼 있다. 또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도 부회장 겸 국제담당 상무를 맡고 있다.

◇저작권 에이전트 '에릭 양'=대만과 호주 유학을 마치고 희토류 수출입 중개를 하던 그는 1995년 저작권 중개업체 신원에이전시에 들어갔다. 대만 유학 시절 룸메이트였던 친구가 설립한 업체였다. 그리고 3년 후인 1995년 에릭양에이전시를 차려 독립한다.

양 대표는 당시 세 가지 목표를 세웠다. 첫째가 영세한 출판시장 확대를 위해 회원제 도서보급서비스 베텔스만 북클럽을 국내에 진출시킨다는 것이었고 다음이 제대로 된 번역자를 육성하기 위해 번역아카데미를 설립하는 것이었다. 또 미국ㆍ영국 출판업계의 도움을 받아 번역가상을 제정하고 젊은 인력에게 상금과 해외연수 기회를 주는 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는 3년 후인 1998년 베텔스만 북클럽을 국내로 끌어와 안정적으로 론칭했다. 그리고 번역아카데미도 설립했다. 이곳을 나온 사람 중 지금도 20여명이 중견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번역상 제정은 실패했다. IMF 위기의 파고를 넘기는 어려웠던 탓이다.

결국 2005년 랜덤하우스 아시아 회장이 되면서 그간 운영해온 에릭양에이전시를 아내에게 넘겨줬다. 이름은 기존 상호의 약자인 'EYA'로 바꿨다. 부부가 출판사와 에이전트를 각각 운영한다면 업계의 시선이 곱지 않을 것 같았다.

양 대표는 "회사와 업무 모두 완전히 분리돼 있다. 지난 수년간 RHK와 EYA 간의 거래를 보면 알 것이다. 소위 '짜고 치는 고스톱' 같은 건 이쪽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에이전시 대표 시절 1년에 서울에 있는 시간이 80일 정도였다. 연간 2,000~3,000건 정도의 저작권을 계약하는데 직원이 20명 정도라고 해도 보통 바쁜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중국ㆍ일본 시장 진출은 여전히 진행형=그는 과거 한차례 실패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국과 일본 시장에 대한 목표를 버리지 않았다. 그가 베텔스만의 랜덤하우스 아시아지역 총괄회장 제의를 받아들인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이미 에이전시를 운영하면서부터 일본의 좋은 출판사를 인수해 선진 시스템을 갖추고 여기에 한국 콘텐츠를 더해 중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자신도 있었다.

베텔스만은 랜덤하우스를 포함해 유럽 최대 방송사 RTL, 잡지사 그루너&아르 등의 자회사를 보유한 독일의 미디어 그룹이다. 랜덤하우스의 경우 17개국에서 연간 1만2,000여종의 도서를 출간하고 있다.

"우선 출판사 설립은 무조건 합작에 단 1%라도 중국 측 지분이 많아야 했기 때문에 우선 유통부터 장악하고 10여년 후 시장이 개방되면 본격적으로 출판사업까지 뛰어든다는 계획이었어요."

하지만 중국 진출은 녹록지 않았다. 2007년 베이징도서전에 맞춰 중국 베이징출판사와의 계약이 성사 직전까지 갔지만 결국 백지화됐다. 당시 기존 베이징출판사의 유통규모가 2,500만달러였는데 여기에 랜덤하우스 아시아가 같은 규모를 투자해 5,000만달러 규모의 유통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베이징출판사는 공산당에서 설립해 그 지역 교과서 출판 및 유통을 담당하는 대형 출판ㆍ유통회사였다.

하지만 계약 전날 베이징출판사의 입장이 바뀌었다. 랜덤하우스 본사 측에서 이를 축하하기 위해 외빈 80여명을 초청해 이미 입국까지 한 상태에서 지분율에 대해 딴소리를 했다. 정확히 5대5 비율로 합작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 지침에 따라 51대49 지분으로 가야 한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이 경우 중국 측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일본 시장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랜덤하우스는 중국보다 훨씬 앞선 2003년에 일본의 대표적 출판사 고단샤와 5대5 지분투자로 '랜덤하우스고단샤'를 세웠다. 또 한국에서는 2004년 중앙M&B가 5대5 출자해 '랜덤하우스중앙'을 설립한다. 하지만 일본 현지법인이 재정난에 시달리면서 랜덤하우스 모회사인 베텔스만은 2005년 7대3으로 일본법인 지분을 20%포인트 늘렸고 이때 랜덤하우스 아시아 회장을 맡으며 그가 경영에 나섰다. 2006년에는 한국법인에서도 지분을 100%로 늘린다. 2007년에는 결국 일본법인의 수익이 흑자로 전환된다.

하지만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겪으며 베텔스만은 위기의식을 느껴 아시아 전략도 수정했다. 무엇보다 중국에서의 실패가 가장 쓰라렸다. 특히 미디어 사업에서 방송ㆍ출판ㆍ유통ㆍ제작ㆍIT벤처 등을 방만하게 운영하면서 한꺼번에 많은 리스크가 발생했다. 특히 상하이북클럽 사업은 일부 직원들이 회사를 나가 똑같은 업체를 차리며 더 이상 영업이 안 되는 수준이 됐다.

결국 베텔스만그룹에서 아시아 사업을 청산하기로 결정하고 그에게 한국사업을 인수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의를 해왔다. 이에 따라 만신창이가 된 중국법인은 정리하고 일본법인도 당시 대표인 일본 사장에게 넘겼다. 당시 랜덤하우스코리아(옛 랜덤하우스중앙)는 그가 85억원에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이후 2012년 다시 사명을 알에이치코리아로 바꾼다.

◇모바일 e북 성장세…국내 업계 영어기반 콘텐츠 늘려야=양 대표는 올해 그간 분야별로 진행해온 콘텐츠 융합(원소스 멀티유즈)을 본격화하고 다양한 채널과 IT기기를 통해 콘텐츠 공급자로서의 입지를 굳힐 계획이다. 그리고 전세계 판권을 보유한 '럼블스 케이브'를 비롯해 여러 영어교육 콘텐츠의 판로확장에 집중한다. 또 여행 부문 도서들을 필두로 전자책(e북) 사업도 강화한다. RHK는 어학 브랜드인 '두앤비컨텐츠', 아동 브랜드인 '주니어 RHK' 외에 여행레저(100배 즐기기 시리즈)ㆍ여성ㆍ장르문학ㆍ경제경영ㆍ자기개발 등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그는 현재 출판시장의 어려움에 대해 "종이책 시장으로 내수에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진부한 얘기처럼 들리겠지만 영화ㆍ드라마ㆍ애니메이션ㆍ게임ㆍ케릭터 등 원소스 멀티유즈로 콘텐츠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이를 활용해 해외로 시장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바일 전자책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이고 국내 출판사들은 국제적으로 판매 가능한 영어 기반의 콘텐츠 제작으로 발전모델을 갖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RHK는 여행레저ㆍ유아동ㆍ경제경영 부문이 각각 전체 매출의 18% 정도로 큰 축을 이루고 있고 그 뒤를 인문교양ㆍ문학 부문이 각각 15%를 차지하고 있다. 그 외에 퍼블리싱 서비스(8%), 여성실용(5%), 어학(5%) 부문 등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지도 보는 것을 좋아했다. 해외출판 비즈니스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도 그 영향이었던 것 같다. 상상력을 자극해 꿈을 꾸게 만들고 그 꿈을 이룰 수 있게 지식과 정보를 제공해주는 책을 내고 싶다"고 밝혔다.

RHK의 실제 실적은 어떨까. 지난해 기존 도서매출은 13% 줄어들고 그 외의 기타매출은 70%가량 늘어났다. 전체로는 2011년보다 6% 감소한 173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17% 감소한 15억원, 순이익은 흑자전환한 7억원을 기록했다.

양 대표는 "출판시장이 전자책으로 전환되는 것에 맞춰 지난해부터 애플 앱스토어와 삼성 러닝허브를 통해 e북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에 따라 종이책 매출이 일부 줄어든 반면 기타매출은 상당히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RHK가 보유한 양질의 콘텐츠와 저자 인프라를 통한 수출과 다양한 매체(기업 월간지, 온라인 콘텐츠 판매 등)로의 판매실적도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He is…





▲1963년 서울

▲1986년 대만 중국문화대 역사 전공

▲1987년 대만 담강대 대학원 유럽사 전공

▲1990년 호주 국립매쿼리대 대학원 인문학 전공

▲1995년 에릭양에이전시 대표

▲2005년 랜덤하우스 아시아(중국ㆍ일본ㆍ한국) 회장

▲2007년 알에이치코리아(옛 랜덤하우스코리아) 대표

▲2012년 대한출판문화협회 국제사업부 부회장

▲2012년 아시아태평양출판협회 회장

▲2012년 인천 '2015 북 캐피털 유치 자문위원회' 공동의장

▲2013년 한국문학번역원 정책자문위원

▲2013년 '2014 런던도서전 마켓포커스 집행위원회' 집행위원장



출판시장 투명해져야 살아나… 정가제보다 유통구조 개선 시급



양원석 대표는 국내 출판시장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최근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중소출판협회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유통구조 개선과 관련해서는 날 선 비판을 내놓았다. 중소출판협회는 지난 4일 50명의 중소출판인들이 모여 발기인대회를 열고 중소출판인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최초의 협회를 창립하겠다고 나섰다.

양 대표는 "중소출판사들도 나름대로 고충이 있을 테고 그를 해결하기 위해 모임을 만드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아직 상세한 내용을 알지 못해 언급하기는 조금 이른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국내 출판 유통구조에 대해서는 "일본의 경우 출판사가 유통사에 책을 입고시키면 45일 내 전체 대금의 40~60%가 입금되고 60일 내 모두 처리된다. 이렇게 되면 출판사가 그 돈으로 다음 책을 기획할 수 있지만 한국은 교보문고를 제외하면 모두 3개월 어음이다. 그나마 힘 있는 대형출판사들은 선금을 받지만 소형사는 어림없다. 이런 구조로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인 도서정가제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그는 "솔직히 지금이라도 전국 모든 서점에 판매시점관리(POS)와 무선태그인식(RFID) 카드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다시 에이전트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여전히 국내 출판업계의 인세(로열티) 지급이 불투명해 개인적으로는 에이전트 시절 받아야 할 금액의 30% 정도밖에 못 받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논의되는 도서정가제 개정안보다 더 중요한 게 이거다. 유통정보가 공유되지 않는데 도서정가제가 과연 출판계를 살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싶다"며 그 효과에 대해 선을 그었다.

최근 문제가 됐던 모 출판사의 책 사재기에 대해서도 "정상적인 회계처리로 그 같은 사재기를 할 자금이 나왔을 리 없다. 현재의 바코드 시스템으로는 이를 바로잡기 어렵다. 정부가 나서서 바로잡아야 한다. 시장이 깨끗해지면 정부로서는 세원이 추가로 확보되고 출판업계도 시장이 깨끗해져야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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