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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원대의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52) SK그룹 회장이 동생 최재원(49) 수석부회장과 함께 2일 법정에 섰다. 최 회장이 재판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두한 것은 지난 2005년 분식회계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 받은 뒤 7년 만이다.
최 회장은 이날 첫 공판을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면서 "부덕한 탓에 많은 분에게 걱정을 끼쳤다. 성실히 재판에 임해 오해를 풀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원범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1차 공판에서 검찰은 "최 회장 등은 SK그룹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투자금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K계열사의 자금을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한 "회사 자금을 펀드 투자와 저축은행 대출 등을 통해 빼돌린 신종 범죄"라며 "다른 대기업이 횡령하며 총수의 책임을 피하게 하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할까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최 회장 변호인은 "펀드 투자는 SK가 새 사업 추진을 위해 조성한 정상적인 투자계획"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펀드 출자금 450억원을 한 달간 일시적으로 사용한 것일 뿐이고 최 회장은 이를 알지 못했다"며 "최 부회장 역시 '조합 결성 전까지만 반환된다면 문제가 없다'는 김준홍 대표의 말을 듣고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인 측은 임원 성과급을 과다 지급했다 다시 돌려받는 식으로 139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계열사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피고인 진술 차례가 오자 "어쨌든 경영상 관리 소홀이 발생한 건 제가 모자라기 때문"이라며 "책임감을 느끼고 어떻게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다만 어떻게 이런 오해까지 받을까에 대해서는 자괴감이 든다. 오해가 있는 부분은 잘 판단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최 부회장 등과 공모해 2008년 SK계열사 18곳이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한 2,800억원 중 497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ㆍ배임)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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