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14일 안중근 의사의 사형선고일을 밸런타인데이에 빗대 ‘안중근데이’라고 불리는 가운데, 황해를 넘어와야 했던 기구한 운명의 안중근 동상이 부천에 있어 화제다.
이 동상은 안중근이 이토히로부미의 숨통을 끊어놨던 중국 하얼빈에서 2006년에 제작되었지만, 4년 가까이 지하에서 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
하얼빈에서 사업하던 이진학(안중근평화재단이사장)씨는 2005년 7월 고건 전 국무총리가 하얼빈을 방문했을 때 함께 있었다. 고 전 총리는 당시 “역사의 현장인 하얼빈 역에 동상이나 기념관을 만들어 줄 것을 공식으로 제안한다”고 밝힌 데 영감을 얻어 2006년 1월 하얼빈시 유로백화점 앞에 자비 1억 7,000만 원 들여 안중근 동상을 건립한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공공장소에는 외국인 동상은 세울 수 없다”는 방침에 따라 건립 11일 만에 철거되어 백화점 지하실에 있었다. 그 후에도 이진학 씨는 지속해서 하얼빈시에 동상 건립을 요구했지만, 중국 정부의 허가는 끝내 받지 못했다.
2009년 안중근 의거 100주년을 맞아 안중근평화재단은 동상을 한국으로 가져오기로 했다. 많은 지자체가 참여한 공모 끝에 의거 100주년 기념일인 2009년 10월 26일 중동공원에 자리 잡게 된다. 부천시는 중동공원의 이름도 ‘안중근 공원’으로 바꾸고, 2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하여 안의사의 글귀를 세긴 비석과 그의 발자취가 담긴 조형물 등의 안중근 의사 기념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관심 부족으로 많은 사람이 안중근 공원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어 안타까운 실정이다.
부천시는 안중근 공원에서 매년 의거 기념일인 10월 26일, 사형집행일인 3월 26일에 안중근 의사 추모행사를 진행하여 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한편, 안중근 동상은 서울 안중근기념관, 천안 독립기념관, 안성 미리내성지, 광주 육군보병학교, 부천 안중근공원, 함평 임시정부 역사관 등 전국 총 6곳에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