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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시험대 오른 검찰개혁


여기 제 힘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가 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일지는 몰라도 심각한 내상을 입었다. 하지만 기본 체력이 있으니 언제든 회복할 가능성은 있다. 이 환자는 어떤 치료를 언제 받느냐에 따라 병세는 손을 못쓸 정도로 나빠질 수도, 아니면 기적처럼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에서 환자의 의지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두들 "병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지난해 말 한상대 전 검찰총장의 사퇴와 중앙수사부 폐지 논란을 두고 벌어진 이른바 '검사의 난'은 검찰이 내상으로 여러 장기가 상한 환자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공교롭게 '검란'과 비슷한 시기에 불거진 고검검사의 뇌물수수 의혹, 피의자와 성관계를 맺은 평검사 사건은 온 국민에게 검찰조직의 상처를 까뒤집어 보였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를 두고 자신의 젊은 날을 검찰에 바쳤던 많은 이들이 "이 날까지 단 한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고백했다. 동시에 수많은 검사들은 자신과 조직의 새해목표를 '개혁'과 '비상'으로 꼽았다. '검란'을 계기로 조직의 변화를 모색하는 힘은 오히려 굳건해진 셈이다.

다만 검찰이 진정 변화를 향해 나아갈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특히나 '검란'이후 처음으로 환부에 손을 대는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가 누구든 예상할 수 있는 뻔한 인사를 후보로 내세운다면 위기극복과 이미지 쇄신이라는 검찰의 원대한 목표는 아스라히 사라질지도 모른다. 많은 국민들이 추천위가 어떤 인물을 검찰의 수장으로 내세우는지 유심히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검찰 총장 후보에는 사법연수원 기수 순서대로 꼽은 이들이 오르락 내린다. 내부에서는 현직 고검장들 가운데 전임 총장 다음기수에 속하는 몇몇을 거론하며 경북출신이면 박근혜 당선인과 코드가 잘 맞는다거나 조직 쇄신을 위해 호남 출신을 중용할 것이라는 수년 전에도 들었음직한 말들이 넘쳐난다. 이런 분위기라면 규정상 현직 고위급 검사가 아닌 판사ㆍ변호사ㆍ법학교수 등도 총장직에 오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구색 맞추기로 끝날 것이다. 오늘부터 시작된 총장 후보자 천거기간, 이레면 끝나는 짧은 날들이지만 들러리가 아닌 파격인사가 포함될 수 있을지 고대해본다. 곧 검찰의 의지가 답해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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