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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쿼터
입력2003-07-14 00:00:00
수정
2003.07.14 00:00:00
작년 상반기 한국영화 최대의 흥행작으로 `집으로`를 꼽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별로 없다. 뿐만 아니다. 영화의 완성도나 예술성에서도 `집으로`는 높은 점수를 얻었다. 모스크바 국제 아동 청소년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고 LA타임스로부터 `자연적인 삶의 리얼리티를 끌어낸 관찰력과 넘치는 유머가 균형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은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 등 해외영화시장에서 많은 외화를 벌어들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영화 `집으로`가 크랭크인하여 개봉관에서 상영되기까지 몇 가지 곡절이 있었다 한다. 영화제작 초반 촬영이 2개월간 중단된 것이다. 투자자들이 흥행성을 이유로 외면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상영을 위한 영화관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개봉관 주인들이 선뜻 스크린을 내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악조건을 뚫고 대박을 터트린 셈이다. 이 과정에서 제작사의 `스크린쿼터에 힘입어 제작과 개봉을 강행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는 곱씹어 볼 만하다.
최근 한국영화를 일정기간 의무적으로 상영해야 하는 스크린쿼터제의 축소 내지 폐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정부가 한미투자협정(BIT)협상과정에서 오는 2007년 1월까지 의무상영일수를 반으로 축소할 것을 요구한 것이 계기가 된 것이다. 정부 내에서도 경제냐 문화냐 하면서 의견일치를 쉽게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와중에 우리 영화를 사랑하는 분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첫째는 불공정 경쟁 문제이다. 제작비 2,000억원의 할리우드 영화와 35억원의 한국영화가 입장료 7,000원을 놓고 경쟁하는 것은 누가 보아도 난센스라는 것이다.
둘째, 문화 침탈 문제이다. 영화는 극장상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방송, 비디오, DVD, 게임, 모바일, 캐릭터, 관광 등 그 파급의 범위가 광범위하다. 길거리에서부터 안방까지 우리의 인식과 행태에 묻어 있는 가치관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한국영화의 쇠락 문제이다. 폭력과 섹스 그리고 코미디로 흥행을 추구하는 것이 제작자의 요구요 자본의 논리이다. 그러나 이는 자칫 우리 영화의 사양길을 재촉하는 유혹일 수 있다. 그렇다고 뻔히 망하는 줄 알면서 거액을 선뜻 투자하려는 제작자는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서편제`, `취화선`, `집으로` 등은 누가 뭐라고 해도 스크린쿼터가 낳은, 최소한 조산원의 역할을 한, 우리 영화의 옥동자임은 분명하다.
둑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틀어막은 마개를 이제 둑이 무너지지 않았기 때문에 하나 둘 빼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지혜롭지 못하다. 다만, 그 마개가 영원할 수 없다면 둑을 관리하는 사람으로서 그 대안을 지금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오세훈(국회의원ㆍ한나라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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