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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수도권 일대에서 가장 크게 집값 하락을 겪었던 과천 부동산 시장에 올해 내 대규모 토지보상금이 풀린다. 과천지식정보타운 개발을 위한 토지 보상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침체된 이 지역 부동산 시장이 하반기 이후 활기를 띨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7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업계에 따르면 LH는 이달 말 과천지식정보타운 보상 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보상 일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현재 지장물 조사 등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이르면 오는 10월께 실제 보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보상금 규모 1조원 넘을 듯=업계에서는 과천지식정보타운 보상금액이 1조원에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2년 당시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는 과천보금자리지구 계획을 승인하면서 토지보상금과 조성공사비를 1조5,551억원으로 책정했다. 공사비(약 5,000억원)를 제외하면 땅값만 1조원에 달하며 2년이 지난 현재는 1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조(兆) 단위의 보상금이 풀리는 만큼 어떻게든 인근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갈현동 J공인 관계자는 "토지 시장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개발 기대감에 주택 시장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부분 과천과 인근 지역에 재투자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토지보상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 이 일대 부동산 시장은 조용한 편이다. 이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원문동 과천주공2단지 52㎡(공급면적 기준)형의 호가는 5억4,000만원 정도. 가격 자체는 올해 초보다 2,000만~3,000만원가량 오른 수준이다. 래미안 슈르 85㎡형 역시 5억3,000만~5억7,000만원선으로 연초보다 다소 올랐다는 게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가격은 뛰었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문원동 D공인 관계자는 "두 달가량 거래 성사가 거의 없었다"며 "매수자들은 오른 호가에 다소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토지 시장 역시 큰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아직 보상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현재 과천지역은 보통 3.3㎡당 1,500만~2,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올 들어 계속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반기 이후 시장 활기 되찾을까=이처럼 대규모 토지보상에도 거래 시장이 잠잠한 것은 이미 보상에 기대감이 부동산 가격에 반영된데다 보상을 앞두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투기 감시가 강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상가 보상을 받기 위해 화훼농장 등 비닐하우스 거래가 한때 인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법인세 납부 내역 등 실제 영업 여부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면서 수요가 크게 줄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한 달마다 0.1% 가까이 뛰던 과천시 땅값은 올해 들어 2월까지 0.09% 오르는 데 그쳤다.
일각에서는 지난 2월 정부의 임대 시장 선진화 방안 발표가 투자 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원동 B공인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좋고 나쁨을 떠나 시기가 너무 좋지 않았다"며 "2월 말 이후 급속하게 분위기가 냉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하반기부터 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는 기대가 지배적이다. 인덕원 J공인 관계자는 "토지 감정이 마무리되고 토지 소유주의 이의 신청이 끝나면 토지보상금이나 대토 수요로 토지에 대한 재투자가 진행될 것"이라며 "가을철부터는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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