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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정책의 한계(사설)
입력1996-11-13 00:00:00
수정
1996.11.13 00:00:00
고유가시대가 예고되고 있다. 통상산업부가 마련한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안」은 앞으로 에너지 가격을 대폭 올리고 에너지 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게 골자다.이 안에 따르면 에너지에 탄소세가 도입되고 에너지 가격에 환경비용을 반영하겠다는 것. 또 비교적 낮은 경유 가격은 휘발유와 형평되게 상향조정하고 전기 가스가격도 부하특성에 따른 공급비용차이를 원가에 반영키로 했다. 결국 석유류와 전기 가스값을 큰 폭으로 올리겠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산업발전을 위해 60년대부터 지속해온 저유가정책에서 고유가정책으로의 방향 전환을 의미한다.
경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있는 과소비를 억제하고 무역수지적자를 줄이면서 환경개선 효과도 곁들여 겨냥하겠다는데 탓할 일은 아니다.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과소비에 무감각해진게 사실이다. 소비가 매년 크게 늘어나고 소비가 느는만큼 수입도 증가해 왔다. 올들어 9월까지 수입증가률은 23%를 넘어섰다. 수입액도 1백67억달러로 전체 수입액의 15·3%에 이르렀다. 그만큼 무역적자의 주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고가정책이 소비억제와 무역적자 축소의 만능통치약일 수 없다. 사실 따지고 보면 과소비는 정부가 부추겨 왔다. 오일쇼크가 닥칠때만 반짝 소비절약 시책을 폈을 뿐 그때가 지나면 에너지 정책은 있는 둥 마는 둥이었다. 그러는 사이 에너지 다소비 구조가 굳어진 것이다.
값을 올려서 얻는 소비억제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우려된다. 고유가는 경쟁력 강화운동에 찬물을 끼얹게 될 것이 분명하다.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 아래서 에너지 가격의 대폭 인상은 각종 제품의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마련이다.
에너지 가격인상은 모든 공산품과 요금에 파급, 가뜩이나 어려운 물가안정을 흔들어 놓을 것도 틀림없다. 더불어 삶의 질을 후퇴시키게 될 것이다.
소비억제를 핑계한 고가 정책은 순전히 행정편의적 발상이고 손쉬운 선택이다. 해외여행이 많다니까 출국세를 물리고, 신용카드를 많이 쓴다니까 잡아 가두고, 차량 통행이 늘어난다니까 혼잡통행료를 받는 식이나 다름없다.
효과는 적고 부작용이 큰 가격 정책보다 본질적인 처방에 눈을 돌려야 한다. 산업 수송 가정이 에너지 절약에 동참할 수 있는 종합정책이 고가정책에 앞서 또는 동시에 추진되어야 실효를 기대할 수 있다. 산업구조를 과소비에서 저소비 구조로 바꾸고 에너지 절약형 상품생산을 촉진해야 한다. 사회간접자본 시설을 확충, 길에 버리는 기름을 줄여야 할 것이다. 물론 절약은 정부부터 모범을 보이는게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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