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구조조정(Restructuring)의 영향권에 진입했다. 그동안 경기침체(Recession)를 뜻하는 R에서 이제는 구조조정을 뜻하는 또 다른 ‘R의 변수’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건설사의 대주단 가입 임박이나 C&중공업의 워크아웃설 등이 속속 나오면서 기업들의 유동성 확보와 업계 구조조정 본격화에 따른 기대감과 우려가 충돌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조만간 국내 부실사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증시의 변동성이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했다. ◇코스피 변동성 커져=코스피지수는 24일 전날에 비해 33.59포인트(3.35%) 급락한 970.14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지난주 말 깜짝 급등으로 간신히 진입한 1,000선을 하루 만에 맥없이 내줬다. 지난 21일 9거래일 만에 순매수에 나섰던 외국인이 이날 다시 848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기관도 프로그램 순매도(2,220억원)를 바탕으로 515억원어치를 팔았다. 다만 개인은 1,30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하루 만에 ‘사자’로 전환했다. 이날 증시는 1,000선을 놓고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대외적으로는 씨티그룹의 구제금융설이 나오면서 불확실성 완화에 따른 기대감이 확산되며 1,014포인트까지 상승하기도 했으나 결국 하락세로 돌아섰다. 원ㆍ달러 환율도 지난 1998년 3월 이후 처음으로 종가기준으로 1,500선을 돌파한 1,513원까지 급등, 증시 변동성을 높였다. 특히 건설사들의 대주단의 가입이 임박했다는 소식과 C&중공업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증시를 출렁거리게 했다. 이날 GS건설이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보고서에 하한가까지 추락한 것을 포함해 현대건설ㆍ금호산업 등이 8~9% 하락하는 등 건설업종지수가 전날에 비해 6.95% 급락했다. 운송장비업종지수 역시 전날에 비해 7.48% 폭락하는 등 구조조정에 휘말린 업종의 급락세가 눈에 띄었다. 임태근 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날 증시는 국내적으로 대주단 문제와 C&그룹 워크아웃설 등이 있었지만 일단은 미국문제(씨티그룹)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며 “하지만 국내 부실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이란 신호가 좀더 강하게 나타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 빠를수록 좋아=건설과 조선업종의 구조조정이 점점 가시화되면서 이에 따른 증시영향에 대한 분석도 활발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산업계 전반의 구조조정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증시의 주요 변수로 꼽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주단 등 구조조정과 관련한 정책이 아직까지 뚜렷한 방향성이 없다는 점에서 중립적인 요소로 받아들였다. 이선일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단기유동성 자금이 필요한 중소형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재빨리 진행돼야 하는데 시기가 늦춰지고 있는 점이 시장의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며 “대주단 가입은 중장기적으로 보면 구조조정을 포함해 업계와 증시에 호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국내 구조조정 문제가 아직은 중립적인 요소에 그치고 있어 추이를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기호 동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업계의 구조조정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중립적인 재료에 그치고 있다”며 “다만 앞으로 살 기업과 죽을 기업의 명암이 갈리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구조조정은 진행과정을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지만 신설 조선사를 비롯해 부동산이나 건설 등 한계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은 빨리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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