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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00일] 하늘로 보내는 아빠의 편지

사랑하는 딸 온유(옹이)에게

양보·배려의 미소 남기고 떠난 우리 딸아

아빠도 원망·분노 버리고 '온유답게' 살게


To 사랑하는 딸 온유(옹이)에게

지치고 힘든 날에도 가족들에게 천만불짜리 미소를 나눠주던 온유야!

하늘나라에서 선생님과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지. 우리 딸 온유 이름을 불러본 지도 백일이 되었구나.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어 안타깝고 아쉽지만 너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아빠 엄마 딸로 태어나서 고맙다고 했지….

아빠, 엄마도 우리 딸 온유가 엄마 아빠 딸로 태어나서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모른다.

오늘에야 우리 온유가 왜 온유였는지 생각이 나는구나.

어릴 적 온유가 아빠에게 물었었지. "아빠! 온유는 무슨 뜻이에요?"

아빠는 온유에게 이렇게 대답했단다. 한문으로는 따뜻할 '온', 부드러울 '유'. 따뜻한 것은 당연한 거고 온유 진짜 뜻은 이거란다.

잘 훈련된 성품과 유익한 목적을 위해 사용되도록 훈련된 인격을 온유라고 부른다. 온유는 달리 말하면 자기에게 정당한 권리와 힘이 있지만 그 권리와 힘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양보하고 배려하고 참되 먼저는 신앙과 인격이요 나중은 실력을 겸비하는 것이란다.

제주도로 수학여행 간다고 좋아하며 준비하던 과정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옷과 가방, 신발 모두 준비했었지. 여행경비를 십만원 줬더니 많다고 엄마에게 오만원을 돌려줬다는 소리는 늦게 들었다.

수학여행 가기 전 매일 보던 우리 온유 얼굴이 어찌나 빛나고 예쁘던지 아빠는 한참을 바보처럼 쳐다보았다. 그게 마지막 모습일지 꿈에도 모른 채 말이지….

너를 떠나보내고 찢어지는 가슴과 기나긴 터널 속에서도 감사의 노래를 부르는 것. 고난과 시련에 버틸 힘도 없지만 조용한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것.

나를 바라보는 모든 이에게 흔들리지 않는 미소를 나눠 주는 것. 슬픔 속에서도 원망과 분노를 버리고 '온유답게' 사는 것.

이 모든 것이 우리 온유가 바라는 게 아닐까 싶다.

사랑하는 온유야!

친구들과 선생님의 영문 모를 죽음이 잊혀지지 않도록 이곳 팽목항에 하늘나라 우체통이라는 소통의 창구를 연다. 오늘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이어갈게.

보고 싶은 우리 딸 옹아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2014.7.24

From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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