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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어느 편에 설 것인가

1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짙게 감돌던 1914년 초, 오스만 튀르크(터키)의 권력을 장악한 청년투르크당 지도부는 어느 편에 설 것인지를 논의했다. 전제군주제도를 무너뜨리고 입헌정치의 혁명에 성공한 젊은 개혁 세력들은 민족주의자였다. 그들이 영국과 프랑스의 연합국에 설 것인지, 독일-오스트리아 동맹국의 편에서 싸울 것인지를 고민할 때 선택 기준은 어느 쪽이 전쟁에서 이길 것인지였다. 그들은 힘센 쪽에 서야 방대한 터키 영토와 독립이 보장될 것으로 믿었다. 청년투르크당 간부들은 영국 편에 서자는 파와 독일 편에 서자는 파로 갈라졌다. 1차 대전 직전에 독일의 군사력과 경제력은 영국과 프랑스를 추월했다. 당 간부들 가운데 독일 유학파가 많았고, 그래서 독일이 전쟁에 이긴다고 결론을 내렸다. 청년투르크당의 지도자 엔베르 파샤는 1차 대전 발발 직전에 독일과 비밀조약을 체결해 동맹국에 가담했고, 독일은 그 대가로 터키 영토의 보전을 약속했다. 전쟁이 터지자 독일은 파죽지세로 프랑스와 러시아를 공격했다. 터키도 개전 초기에 러시아 내륙 깊숙이 진격하고, 바그다드에서 영국군을 전멸시키는 전과를 올렸다. 하지만 미국이 참전하면서 독일이 무너졌다. 1453년 동로마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함락하고, 발칸 반도에서 흑해 연안, 북아프리카, 중동에 이르기까지 과거 로마제국 영토의 절반을 차지했던 거대한 이슬람제국은 패전 후 연합국에 의해 갈기갈기 찢어지고, 명맥만 유지하던 술탄(황제)은 폐위되고 말았다. 나라를 개혁하고 발전시키려던 젊은 지도자들의 판단 착오는 700년 제국을 붕괴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역사의 중대 기로에서 국가의 지도자들은 어느 쪽에 서야 하는지의 선택을 강요당한다. 그때 지도자가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달라진다. 우리 역사에서도 알 수 있다. 조선왕조가 중국에서 명-청의 세력 균형이 깨질 때 명나라를 고집하다 ‘삼전도의 굴욕’을 당했다. 구한말에 개혁파들은 중국으로부터 독립한답시고 일본을 끌어들여 끝내 식민지화의 앞잡이가 되는 우를 범하지 않았던가. 한반도를 둘러싼 작금의 국제 정세는 구한말 때보다 더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북한 정권이 붕괴하면 군벌이 발호하고, 중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것이라는 미국의 시나리오도 나온다. 중국 사학자들이 한수 이북을 자신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것을 단순한 역사 왜곡 차원에서 보기는 어렵다. 일본 차기 총리로 확실시되는 아베 신조 관방장관은 한반도의 급변하는 정세에 극우적 대응을 할 가능성이 높다. 주변 강대국들은 북한 정세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선수를 치는데, 우리만 손 놓고 있는 게 아닐까. 여기서 우리가 미국과의 동맹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로 등장한다. 최근 국론을 갈라놓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이슈가 그 한복판에 있다. 노무현 정부는 경제적으로 미국과의 무역 장벽을 헐어 하나의 경제권으로 만들고 군사적으로는 자주권을 회복한다고 정리, 군사ㆍ경제적 측면을 분리하는 이중적 입장에 서 있다. 경제와 군사, 외교를 떼어 생각할 수 있는가. 한반도에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때, 경제가 성할 수는 없다. 미국의 핵 우산 아래서 유럽연합(EU)이 결성되고, 일본 경제가 재기하지 않았던가. 미국은 전세계 유동성(자금)의 절반을 보유하고 전세계 군사비의 절반을 사용하며 ‘유일의 슈퍼파워’임을 자처하는 나라다.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을 붕괴시키고, 채권시장을 통해 러시아를 파산시킨 것도 미국의 힘이다. 역사는 진보하지만 때로는 과거의 우를 반복하기도 한다. 우리 지도자들이 한세기 전 청년투르크당의 실패의 역사에서 배워야 할 것이 있다면 국제 정세의 역학적 관계가 어떻게 변할지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동맹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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