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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 자와 받는 자

언제부터인가 새 대통령이 취임한 후에는 검찰을 주시하는 버릇이 생겼다. 검찰이 정치권의 부정한 돈을 수사하기 시작한 탓이다. 표적수사라는 논란이 일고 정치탄압이라는 볼멘소리가 쏟아진다. 지난해 출범한 노무현 정부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차떼기`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고 수백억원의 채권이 뭉텅이로 발견되기도 했다. 끊임없이 외쳐왔던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자`는 말은 헛구호에 지나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이 같은 정치권의 검은 돈거래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때마다 항상 머릿속에는 의구심이 솟아난다. `어떤 사람들이 왜 주고받았을까` `먼저 달라고 했을까, 알아서 먼저 줬을까`. 기업은 이윤창출을 존재의 목적으로 하는 유기체다. 엄청난 광고비를 지출하면서 이를 고스란히 소비자가격에 반영하는 냉엄한 조직이다. `무궁무진한 정치발전을 위해 검은돈을 무상으로 드립니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검은돈을 전달한 기업의 어느 누구에게든 물어보라. 이런 대답을 할 사람이 있겠는가. 누구라도 쉽게 알고 있는 대답, 바로 `보험`이다. `어떤 사람들이 주고받았을까`하는 의구심에 대한 열쇠인 것 같다. 정치권에 괜히 미운털이 박힐 일을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 어쩌면 나중에 고물이라도 묻어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탓이다. 정치권도 나름의 계산이 있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하에서는 그들에게 손해를 입힐 일은 없을 테니 손을 벌려도 무방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런데 두번째 의구심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먼저 달라고 했을까, 알아서 먼저 줬을까.` 검찰 수사에서는 정치권에서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사실이 속속 흘러나온다. 하지만 그렇게 덮어버리기에는 너무 께름칙하다. `주는 자`와 `받는 자`의 상호관계 때문이다. 우리는 거래 속에서 살고 있다. 한 기업이 좋은 물건을 개발했는데 그것을 사려는 사람이 없다면 거래는 이뤄지지 않으며, 따라서 `주고받음` 역시 없게 된다. 돈을 줄 의사가 있는 기업이 없다면 정치권도 손을 벌리지 못한다. 기업에서 돈을 주려 했는데 돈을 받으려는 정치인이 없다면 역시 거래는 없다. `먼저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는 이유로 기업들에 면죄부를 줄 수만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자금 상시 보관창고`를 통해 정치권이라는 하수구를 향해 경쟁하듯 미끄러져 유입되는 폐수 같은 검은돈. `주는 자와 받는 자` 검은 거래의 당사자들이 `내가 먼저가 아니야`라며 뒷걸음질칠 자격이 있는가.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에 대해서처럼 나는 이맘때만 되면 `주는 자와 받는 자`를 둘러싼 의구심의 홍역을 앓고 있다.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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