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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국민의 신뢰 속에서

“스님,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무엇인가요?” 밑도 끝도 없는 갑작스러운 필자의 질문에 빙그레 웃을 뿐 묵묵부답이다. “요즘 들어 가장 힘든 일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네요”라는 하소연을 했더니 “그렇지요, 이제는 사람을 볼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할 것입니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씀을 주셨다. 2년여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산적한 국방의 현안 과제를 처리할 때마다 그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것보다 ‘이 난제를 풀 수 있는 역량과 열정, 그리고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을 찾는 것’이 필자는 가장 힘들었다.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현안은 군 의료사고와 최전방감시초소(GP)사고 대응, 주한미군 기지 이전, 군 간부숙소 아파트와 광케이블의 민간자본유치사업(BTL) 등이다. 이러한 현안의 처리 과정에서 국방부 직원들이 현재 얼마나 어려운 위치에 있는지, 그리고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를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장병의 진료접근성 문제를 검토하기 시작했지만 낙후된 군 병원 의료설비와 시설, 장기 군의관 확보, 군의관의 처우 개선 등 해묵은 숙제들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옴에 따라 종합적인 해결책 마련에 모두 동분서주했다. GP사고 이후 열악한 내무반의 환경 개선에 집중하고 병사들이 칼잠자는 침상을 침대형으로 고치는 데 노력을 쏟는 사이 부사관과 위관급 초급간부들의 복지 개선이 뒷전으로 밀려 너무도 안타깝다. 특히 미군 기지 이전사업은 주민과의 끊임없는 대화, 현장 중심의 신속한 대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뼈저리게 느끼게 해줬다. 틈나는 대로 의정부와 춘천을 오가며 반환 중인 미군 기지 현장을 확인하고 차관 부임 후 연합사 장군과의 여섯 차례, 평택시장과의 두 차례 만남이 평택기지 이전 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하게 했다. 또 월 1회 한미 당국자간 평택 방문을 정례화해 사업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국방정보화를 위한 광케이블 BTL은 폭발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정보기술(IT) 동향을 충분히 고려해 결정해야 하는 사업이다. 군사위성의 전력화, 무선인터넷과 무선통신기술의 발달 등이 동 사업에 끼칠 영향을 하나하나 점검하고 임차와 전용망을 적절히 혼합하면 예산 절약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국ㆍ팀장들과 며칠에 걸쳐 토론을 했다. 이 몇 가지 현안만 보더라도 국방부 직원들은 기획력과 통찰력, 우선순위 설정 능력, 갈등 관리 역량, IT 신기술에 대한 이해력까지 다른 부처 공무원보다 그 역량의 요구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국방부는 매일 합참, 육ㆍ해ㆍ공군으로부터 군사임무 수행에 필요한 예산 확보를 요구받고 있고 한편으로는 국회와 언론 등 외부로부터 국방 투자가 생산적인지, 중복ㆍ과잉 투자는 없는지에 대한 비판과 지적을 쉴 새 없이 받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이 높아만 가는 국가사회적 요구에 대해 국방부 직원들이 벤처기업의 직원들처럼 창의적이고 열린 마음, 진취적인 자세로 임무를 수행해나갈 때 우리 국방력은 국민의 신뢰 속에 무럭무럭 자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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