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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학 국제표준 주도권 잡아라… 한중일 진검승부

인삼 종자-종묘 표준·기술위 명칭 등 놓고 팽팽

한국한의학연구원의 한 연구원이 혀의 색깔과 형태 등을 분석하는 설진기를 활용, 환자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세계 전통의학 시장은 우리나라의 한의학(韓醫學)과 중국의 중의학(中醫學), 일본의 한방의학(漢方醫學)을 중심으로 약 2,000억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사회가 고령화되고 난치성 질환이 확대되면서 시장 규모는 매년 가파를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전통의학의 종주국을 자처하는 우리나라와 중국ㆍ일본 등 3개국이 국제표준 제정을 놓고 국가적 자존심을 건 진검승부를 펼치고 있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본격적인 산업화를 앞두고 막대한 해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함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한의학연구원이 표준화 전쟁의 첨병 역할을 맡고 있다. 한의학연을 주축으로 한의학 분야의 다양한 용구와 의료기기에 대한 체계적 표준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것. 최승훈 한국한의학연구원장은 "지금껏 한국ㆍ중국ㆍ일본은 각자의 이해득실에 따라 전통의학 전분야에서 협력과 타협을 거듭해왔다"며 "매년 10%대의 시장 성장이 예견되고 있어 국제 표준을 통해 주도권 확보에 성공하면 우리나라의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각국의 경쟁은 지난 21일부터 4일간 대전에서 개최된 국제표준화기구(ISO) TC249 3차 총회에서 절정을 이뤘다. 일례로 중국은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고려인삼을 겨냥, 인삼 종자 및 종묘의 국제표준 제정을 제안하는 등 적극적 공세를 취했다. 또한 전통의학계의 뜨거운 감자라고 할 수 있는 기술위원회의 명칭을 놓고도 자존심 싸움이 벌어졌다. 중국은 침술ㆍ뜸ㆍ한약 등의 원조가 중의학이니 만큼 현재의 '전통중의학' 명칭이 합당하다는 입장이고 한국과 일본은 한의학과 한방의학이 수백년간 자국 내에서 독자 발전해왔기 때문에 '전통의학' 또는 '동아시아 전통의학'으로의 개정을 요구했다.



최 원장은 "명칭 문제는 자존심과 직결된 사안"이라며 "치열한 격론에도 불구하고 결론을 내지 못하고 남아프리가공화국에서 열릴 차기 총회로 안건이 넘어갔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번 총회에서 전체 24건의 국제표준 중 한의학연이 제안한 7건을 모두 관철시키는 성과를 올렸다. 전침기ㆍ설진기ㆍ피내침ㆍ이침ㆍ뜸ㆍ약탕기ㆍ맥진기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중 맥진기는 환자의 맥진, 혈압, 혈액순환 상태 등 심혈관계를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장비로써 세계 시장 규모가 약 4조원에 달하는 혈압계 시장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침ㆍ뜸ㆍ약탕기 등 한방 의료기기의 국제표준 채택으로 국내 기업들은 제조공정 변경 없이 관련 제품을 수출할 수 있게 됐다.

최 원장은 "국내에서 열린 국제표준화회의를 통해 우리가 제안한 다수의 표준이 통과됐다는 데 의미가 크다"며 "최근 가동에 돌입한 한의기술표준센터를 거점 삼아 국내외 관계기관과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 한의학이 세계 속 전통의학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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