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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벼랑 끝 유로존의 선택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재정위기를 지렛대 삼아 재정통합을 실현해 대통합 달성이라는 오랜 꿈을 이룰 것인가, 분열될 것인가가 조만간 결판날 것으로 보인다. 2년여를 끌며 세계경제를 수렁에 빠트린 유로존 위기는 오는 17일 그리스 총선 등 벼랑 끝에 몰린 재정위기국 국민들의 선택과 뒤이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그리고 이후 2~3개월이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스 6·17 총선 결과가 분수령

지금까지 유로존 위기의 해법은 독일을 중심으로 재정이 건실한 북유럽이 위기에 빠진 남유럽에 자금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구조조정과 긴축을 통해 과도한 국가 빚을 줄이라고 요구하는 구도였다. 북유럽 정부와 국민 입장에서는 지난 1990년대 이후 연금을 줄이고 긴축하며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해왔는데 이를 남유럽 국가들의 '밑빠진 독'을 채우는데 쓰는 게 달갑지 않다. 독일 메르켈 정부가 최근 지방선거에서 연전연패하고 내년 총선에서 재집권을 장담할 수 없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북유럽 국가들은 강한 기업경쟁력에도 불구하고 통화통합이 가져다준 저환율의 수혜를 누려왔으니 지금 돈을 대지 않으면 유로존 붕괴로 큰 타격을 보게 된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이해시키고 설득할 시간과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위기국 국채 무한 매입, 유로안정화기구(ESM) 기금 확충, 위기 은행 자본확충 지원, 유럽구조조정기금 확충안은 물론 유로채권 발행, 유로존 공동 예금보험제도 도입 등 최근 제시되는 위기 해결책은 대부분 북유럽이 돈을 더 내놓아야 한다는 것들이다. 그래서 북유럽은 위반시 벌금 부과 등 강력한 재정규율과 재정주권 이양을 전제로 한 신재정협약을 이끌어내 재정통합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

돈을 지원 받는 남유럽은 더욱 고통스럽다. 북유럽 국가들이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국유자산 매각, 공기업 민영화, 공무원 감축, 과도한 연금ㆍ복지 축소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구제금융이 중단되면 만기도래하는 국채 원리금을 갚지 못해 국가부도 사태가 발생, 공무원 급여는 물론 전력ㆍ병원ㆍ학교 등 공공서비스가 올스톱돼 대혼란에 빠진다.



이런 정도의 벼랑 끝에 몰려야 파국보다는 그동안 누려온 복지ㆍ연금혜택 축소를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 허리띠를 졸라맨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지난 30여년 동안 부모 세대들이 누려온 혜택 때문에 생긴 빚을 갚아야 하는 청년층의 불만을 추스르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신재정협약을 비준하는 것도 힘든 정치적 결단을 요구한다.

위기가 대유럽합중국 촉진할 수도

지난달 그리스 총선과 연립정부 구성 실패 때만 하더라도 긴축 등 전제조건을 수용할 가능성은 무척 낮아 보였지만 최근 그리스ㆍ스페인에서 수용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국민들이 상황을 이해하고 긴축의 고통을 받아들이는 데는 시간과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한데 이제 그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듯하다. 그 분수령이 오는 6ㆍ17 그리스 총선과 뒤이은 EU 정상회의가 될 듯싶다.

그리스 총선에서 긴축은 안 해도 된다며 대중을 선동해온 급진좌파정당이 집권하고 스페인 국민들이 긴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하면 이들 국가의 탈퇴로 유로존은 파국을 맞게 된다. 반대의 경우 유로존은 재정통합으로 가면서 비 온 뒤 땅이 굳어지듯이 통화통합에 이어 재정통합을 실현, 지난 60여년간 추구해온 '대유럽합중국'이라는 꿈을 이룰 것이다. 이제 유로존 문제는 다 드러났고 분열이냐, 대통합이냐를 가르는 마지막 갈림길에서 국민들의 벼랑 끝 선택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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