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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동아시아 통합 '동상이몽'

박번순 <삼성경제硏수석연구원>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와 동아시아의 흑자로 나타나는 세계경제의 불균형은 자본주의 체제를 흔들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 이를 해결하는 한 방법은 동아시아 역내에서 시장을 창출해 동아시아의 대미의존도를 줄이는 것이다. 중국이 내수를 확대하거나 역내국가들이 중국 수출의 상당 부분을 흡수하고 나아가 역외수입까지 늘리면서 성장한다면 세계경제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동아시아 내의 무역과 투자의 거래비용을 줄이는 것, 즉 동아시아 통합이 필수적이다. 공동이익 보단 자국 이익 생각 바람직한 역내시장 창출 노력을 사실 외환위기 이후 동아시아 경제의 통합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그중에서 동아시아정상회의(EAS)와 동아시아자유무역지대(EAFTA)의 창설은 동아시아 통합의 기초로서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지난해 아세안+3 정상회의는 올해 말 말레이시아에서 제1차 EAS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EAS는 아세안+3 체제의 전환으로 이해됐지만 문제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EAS의 형식과 내용에 대해 합의한 바가 없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지난 1년간 동아시아 각국은 모두 자국의 이익을 위해 동상이몽을 하면서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EAS를 흘러가도록 방치하고 있다. 먼저 중국은 최근 경제발전과 역내 영향력 증대를 이용해 동아시아 통합노력을 주도할 생각이다. 따라서 중국의 입장에서는 EAS가 자주 개최되고 기존의 아세안+3만이 참가해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EAS가 자연스레 동아시아공동체를 향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일본은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부상으로 자국의 위상이 저하되고 있다는 사실을 우려한다. 중국의 주도로 동아시아체제가 굴러가는 데 대해 불안한 일본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미국과 연계해 EAS에 인도ㆍ호주ㆍ뉴질랜드ㆍ미국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세안 10개국은 모두 의견이 동일하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EAS로 인해 영향력이 축소되는 데는 반대한다. 즉 지금까지 아세안+3 체제에서 한국ㆍ중국ㆍ일본을 유효하게 활용해온 아세안은 EAS가 자신들의 위상을 축소시키고 나아가 아이덴티티를 소멸시키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결국 이들은 EAS가 발족하더라도 아세안+3 체제를 그대로 유지해야 하고 아세안과 경제관계가 깊은 인도를 회원국으로 참석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의 주도에 대한 일본의 우려와 한ㆍ중ㆍ일 3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한 아세안의 이해가 어느 정도 접점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중국도 무리수를 두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후퇴했다. 결국 1차 EAS에 인도ㆍ호주ㆍ뉴질랜드가 회원국으로 참석하면서 당초 기대했던 동아시아정상회의는 사라지고 대양주(호주ㆍ뉴질랜드)와 서남아(인도)가 참여하는 기형적인 EAS가 등장했다. 동아시아가 지향했던 공동체를 향한 발걸음은 처음부터 흐트러졌고 이는 동아시아를 구성하는 국가들이 경제통합을 통해 역내무역을 창출해야 한다는 필요성이나 외환위기의 교훈을 망각하게 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작은 이익을 위해 큰 공동의 이익을 희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바람직한 역내시장 창출 노력을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아세안+3 협력사업을 발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EAS나 EAFTA도 우리의 입을 통해 제안됐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우리의 발언권은 대폭 축소됐다. 동북아 중심국가 비전 추진으로 인해 참여정부가 동아시아 전체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우리는 동아시아가 바람직한 통합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역내무역을 창출하고 세계경제의 안정에도 기여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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