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에너지기구(IEA)는 11일 발표한 월례 보고서에서 올해 2분기 원유 수요 증가량이 2년 반 만에 처음으로 1일 평균 50만배럴 아래로 떨어졌다며 “최근 원유 수요 증가세의 둔화는 상당히 놀랄 만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IEA는 올해와 내년의 원유 수요 증가량도 각각 종전보다 낮은 수준인 1일 평균 90만배럴과 120만배럴로 하향 수정했다. IEA는 올해 원유 수요 증가폭을 하루 평균 100만배럴로 예상한 바 있다.
IEA는 이처럼 원유 수요 증가율이 둔화된 배경으로 유럽과 중국의 경제성장 부진을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IEA의 안토인 할프는 “원유는 경기를 판단할 주요한 지표”라며 “아마도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생각한 것 보다 약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는 원유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이라크와 리비아 등지에서 심화되는 긴장에도 생산은 활발하다”며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계속해서 급증하고 있고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의 생산 규모도 목표치인 하루 3,000만배럴을 넘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은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달부터 일일 원유 생산량을 40만배럴 수준으로 감축한 가운데 나온 것으로 주목된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국제유가는 장중 큰 폭으로 하락했다. 10월물 브렌트유는 이날 한때 2012년 7월 이후 최저인 배럴당 96.72달러까지 떨어졌다. 10월물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도 이날 장중 한때 지난해 5월 이후 최저인 배럴당 90.43달러까지 하락했다. 카르스텐 프리츠 코메르츠방크 분석가는 “국제유가는 급락을 거듭할 것”이라며 “OPEC도 이미 과잉생산을 경고했으며, 원유시장의 균형을 회복하려면 추가 감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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