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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의 총선 비례대표 부정 경선 사태가 이정희 공동대표 등 당권파가 4일 강수로 돌아서고 비당권파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따라 당의 존망이 거센 바람 앞에 놓인 촛불처럼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전국운영위원회에서 "누가 진보정치에 십수년간 몸바쳐온 귀한 당원들을 책상머리에서 부정행위자로 내몰 수 있느냐"며 "불신에 기초한 의혹만 내세울 뿐 합리적 추론도, 초보적인 사실확인도 하지 않은 조사 방식을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진상조사는 제가 서울을 떠나 있는 동안 일어난 일"이라며 유시민ㆍ심상정ㆍ조준호 공동대표의 담합에 의한 공작이라는 당권파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도 했다. 불과 하루 전 "부정투표가 만들어질 환경을 만든 관리부실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던 이 대표가 변심(變心)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일각의 '지도부 총사퇴' 요구에 대해서도 "오는 12일 향후 정치일정이 확정될 당 중앙위원회가 끝나는 즉시 저에게 주어진 짐을 내려놓겠다"며 일축한 뒤 "6월3일 실시될 당직(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의 말이 끝나자 수초간 박수가 쏟아졌으며 '대표님 힘내세요'라는 지지발언도 곳곳에서 들려왔다.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옛 민노당계(55%)의 전폭적 지지가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반면 유ㆍ심ㆍ조 대표의 모두발언에는 침묵이 이어졌고, 특히 조사단장이던 조 대표 발언이 끝나자 한 당원은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유 대표는 이 자리에서 "부정이냐 부실이냐를 떠나 우리 당의 비례대표 경선이 민주주의 일반원칙과 상식에 어긋났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자신을 쇄신하고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고 대화할 수 있는 기초를 만들지 못한다면 당의 앞날은 불투명하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또 "당 중앙선관위는 아직도 현장투표소 결과를 투표소별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심 대표도 "폐쇄적인 조직 논리, 내부 상황논리가 우리 치부를 가리는 낡은 관성과 유산을 과감하게 척결해야 한다"며 유 대표와 궤를 같이 했다.
한편 비례대표 1번 윤금순 당선자는 "국민께 많은 실망과 걱정을 끼친 점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의원직을 사퇴했으며 경선에 참여한 나머지 비례후보의 전원 사퇴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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