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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계열사간 거래 필요하다

김이석

최근 정치권에서는 계열사와의 거래를 사실상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개정안은 계열사 간 거래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부당한 것으로 취급하고 그 예외성을 기업들이 입증하도록 하며 징벌적 과징금과 함께 형사적 처벌이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휴대폰을 만드는 삼성전자는 여기에 부품으로 들어가는 반도체의 생산을 삼성전자의 한 부서인 반도체생산부서가 담당하게 할 수도 있고 다른 반도체 회사, 예를 들어 하이닉스로부터 구매할 수도 있다. 앞의 것은 내부거래, 뒤의 것은 외부거래라고 부른다.

계열사간 거래금지는 반시장적 조치

물론 삼성전자는 반도체생산부서를 분리해서 별도의 계열사로 삼성반도체를 두고 삼성전자에 납품하게 하되 나머지는 시장에서 애플 등 다른 휴대폰 생산자들에게 팔도록 할 수도 있다.

이때 하이닉스로부터 구매하지 않고 동시에 삼성전자 내부의 부품생산부서로 두지도 않으면서 계열사로 독립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핵심부품의 안정적 확보, 규모의 경제와 시장규율의 활용과 같은 기업경영상의 이점 때문일 것이다. 만약 일정 생산 규모를 넘어야 비로소 단위당 생산비용이 급락하지만 삼성전자의 반도체 수요가 거기에 미치지 못한다면 삼성반도체를 계열사로 분리해 반도체를 생산하게 한 다음 납품을 받고 나머지는 시장에서 판매하게 할 수 있다. 시장에서 팔기 위한 노력 속에서 품질개선 노력이 종전과 달리 배가될 수도 있다.

이런 수직적 계열화뿐만 아니라 수평적 계열화가 이뤄지기도 한다. 미국 거대자동차기업 GM은 쉐보레ㆍ뷰익ㆍ캐딜락 등 소득계층별 선호 차종별로 독립채산제 형태로 독립적 사업본부를 운영한 바 있다. 사실 GM이라는 우산 아래 있지만 각 사업본부는 하나의 회사처럼 운영돼 성과를 내기 위해 서로 경쟁하게 하고 다른 부서의 노력에 무임승차할 수 없게 했다. 보통 시비의 대상이 되는 계열사와의 거래는 예컨대 삼성전자가 비계열사가 요구하는 수준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계열사로부터 반도체를 구매했을 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일종의 비효율적인 계열사에 대한 부당한 지원이라고 보고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피상적인 관찰이다. 생산을 위한 부품 확보에 들어가는 비용은 단순히 그 부품에 지불된 가격에 국한되지 않는다. 여기에 여러 ‘거래비용’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믿을 만한 거래상대방을 찾고 가격조건을 협상하고 법적으로 유효한 계약을 맺고 계약이행을 확인하고 혹시 나중에 발생할 수 있는 분쟁에 대비하는 비용까지 모두 감안한 비용이어야 한다. 거래비용까지 감안할 때 계열사에 높은 가격을 주는 것이 더 경제적일 수 있다.

최근에는 기업집단에서 수익이 많이 나지만 대주주의 지분은 적은 계열사의 수익을 지분이 많은 계열사로 빼돌리는 ‘터널’로써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 내부거래 규제의 근거로 자주 등장하고 있다. 물론 이런 가능성도 있다. 주식회사 제도의 이런 허점을 차단하고 소수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는 상법ㆍ주식회사법 등 각종 관련 법률에서 감사나 사외이사 등의 제도와 함께 계열사 간 거래에 대한 공시의무를 두고 있는 한편 주주대표소송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주주·경영자의 결정에 맡겨둬야

최선의 기업 간 경계를 찾아내는 것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이 무엇인지 남보다 먼저 알아차리는 것 못지않게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이에 대한 판단은 주주들, 혹은 그들의 대리인인 경영자가 내리고 그 결과인 이윤과 손실도 그들의 몫으로 두는 게 시장경제의 기본질서다. 정부나 국회가 법률로 누구와 어떤 거래를 하거나 하지 말 것을 금지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터널링을 차단한다는 명분으로 이런 입법안이 제도화된다면 아마도 삼성전자와 삼성반도체가 합병해서 환경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없는 둔한 거대 공룡 기업이 출현하면서 계열사 제도가 지닌 경영상의 장점도 사라질 것이다. 이로 인해 발생할 주주들의 손실, 특히 소수주주들의 손실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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