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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뻣뻣한 고용노동부

지난 9일 구직자가 포함된 노조 설립을 인정한다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비정규직ㆍ취업준비생 등 88만원 세대의 주도로 2010년 출범한 청년유니온이 앞서 고용노동부로부터 네 차례나 노조 설립 신고를 퇴짜 맞은 뒤 얻은 판결이다.

국가인권위원회도 13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판결을 계기로 헌법상 기본권이자 국제인권규약이 보장하는 노동조합을 설립할 권리가 더욱 확고히 보장되기를 바란다"며 환영 의사를 표했다.

고용부는 그러나 판결 이후에도 노조 설립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아직 확정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존 입장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는 뻣뻣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구직자가 포함된 노조 설립을 인정할 경우 정치 활동의 과잉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고용부 생각이다.

물론 구직자 노조가 최종적으로 설립을 인정받더라도 교섭권 활용이라는 현실적 난관을 해결해야 한다. 교섭 상대방을 찾지 못해 결국 '반쪽짜리' 노조로 전락할 것이라는 고용부의 우려는 타당한 면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이번 판결은 근로 의사를 가진 자의 노동권을 폭넓게 인정했다는 데 상징적 의미가 있다. 한 교수는 "청년 실업이 국가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핵심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1심 판결의 취지를 존중하며 정부가 전향적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청년 실업자가 200만명을 웃돌고 88만원 세대들이 힘들다고 아우성인 상황에서 법원은 일단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지금 정부 앞에 놓인 길은 두 갈래다. 확정 판결이 나올 때까지 2년이고 3년이고 시치미 뚝 떼고 앉아 있을 것인가, 아니면 포용의 자세로 손을 내밀며 한발 다가설 것인가.

최근 만난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법을 과도하게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기관"이라며 고용부의 경직성을 꼬집었다.

고용부가 청년 세대의 외침은 귓등으로 흘리고 법원의 판단에 꿈쩍도 않는 태도를 견지한다면 정권 성향과 무관하게 다른 어떤 부처보다 시대 흐름에 둔감하다는 지적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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