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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2월 16일] 판타지 속 현실, 현실 속 판타지

영화 '아바타'의 주인공 제이크 설리는 현실에서는 두 다리를 쓰지 못하지만 아바타 속에서는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었다. 하반신이 마비된 퇴역 군인에 불과하던 현실세계의 그가 진짜 모습인가, 사랑하는 연인이 있고 모두의 추앙을 받는 아바타 속 전설의 지도자 '투르크 막토'가 된 그가 진짜 모습인가. 지난해 한국을 찾은 '엑스맨' 시리즈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판타지 장르가 좋은 이유에 대해 "궁극적으로 인간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매일 뉴스에 나오는 이야기는 재미 없지만 그 이야기를 판타지로 변장시키면 기존에 보지 못한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극장가는 지금 대작 판타지 영화와 소규모 다큐멘터리 영화가 쏟아지며 나란히 관객을 맞고 있다. 해리포터의 미국판 '퍼시잭슨과 번개도둑'과 4월 개봉예정인 '타이탄'은 그리스 신화를 스크린에 옮겨왔고 피터잭슨 감독의 '러블리 본즈'에서 주인공 소녀는 저승과 이승 사이를, 팀 버튼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주인공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 속을 헤맨다. 설 연휴를 지나며 관객 600만명을 돌파한 천방지축 '전우치'는 도사로서 정체성을 찾기 시작했고 21세기에 다시 태어난 늑대인간 '울프맨'은 아직도 인간 속 내제된 짐승의 본능에 괴로워한다. 한편 수도사들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위대한 침묵'은 관객 8만명을 돌파했다. 단관 개봉으로 시작해 전국 18개관으로 확대 상영하고 있는 이 영화의 성적은 수백개의 상영관에서 개봉하는 일반 영화에 비교했을 때 '아바타급' 흥행이다. 한국 다큐멘터리 '회복' 역시 3만명 관객을 모아 흥행 중이고 쌍둥이 빌딩 사이를 한 줄의 와이어에 의지해 건넌 실화를 다룬 '맨 온 와이어'와 10일 안에 자전거로 미국 횡단하기에 도전하는 '자전거 드림'등의 다큐멘터리들도 관객을 맞고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잘 만든 판타지 영화일수록 현실 세계의 이야기를 잘 반영하고 반향이 큰 다큐멘터리일수록 평소 보기 힘들었던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현실 속에서 판타지를 찾고 판타지 속에서 현실을 보는 영화계의 모습은 현실과 가상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세태를 그대로 반영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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