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역사에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운동이 도입된 지 3년이 흘렀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출퇴근길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보면 여전히 한 줄로 서서 가거나 위험천만하게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 위를 오르내리는 경우가 많다.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가 쉽게 정착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굳이 두 줄 서기를 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998년부터 시작한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한 줄 서기 운동이 우리나라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와 강하게 결합돼 좀처럼 변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혼잡한 출근길에 지하철 이용객들은 촌각을 다투는 경우가 많다. 바쁘게 움직여야만 하는 상황 속에서 한가롭게 에스컬레이터 위에 가만히 서 있을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이럴 때 왼쪽 한 줄을 비워놓는 것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동시에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으로 여겨져왔다. 여기에 주위 사람들은 다 움직이는데 나만 홀로 서 있으면 심리적으로 불안해지는 것도 두 줄 서기를 방해하는 요인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보통 사람에게는 남의 행동을 의식하고 따라하는 동조심리가 있는데 마음이 급할수록 이런 심리는 더욱 강화된다"며 "남들이 에스컬레이터 위를 다 걷는데 나만 서 있으면 혼자 손해 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겹쳐 남의 행동을 더 잘 따르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에스컬레이터 위를 걷거나 한 줄로 서서 가는 것을 더 이상 효율성의 잣대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각종 안전사고의 위험이 크고 기계 고장에 따른 불편과 비용 발생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우선 에스컬레이터의 안전사고 대부분은 걷거나 뛰다가 일어난다. 한국승강기안전관리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지하철에서 발생한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 195건 중 걷다가 넘어지는 전도 사고가 166건으로 85.1%를 차지했다. 2006년 23건, 2007년 30건, 2008년 55건, 2009년 33건, 2010년 25건 등으로 연 평균 30건 넘는 사고가 에스컬레이터 위를 걷거나 뛰다가 일어났다. 이 가운데 사망 1건, 중상 118건 등 한번 사고가 나면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계 고장도 문제다. 도시철도공사(5~8호선) 및 서울메트로(1~4호선)에 따르면 도시철도의 최근 5년간 연평균 에스컬레이터 고장 건수는 362건, 지난해 수리비용으로만 12억 2,550만원이 들었다. 서울 메트로(1~4호선)도 지난해 184건의 기계 고장이 발생했고 수리비용으로 1억 1,000만원가량을 썼다. 승강원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뛰거나 움직이면 정지하고 있을 때보다 약 2배 내외의 충격이 기계에 가해지고 에스컬레이터 구성 부품의 피로 파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은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가 정착되려면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시민들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시민중앙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에스컬레이터 한 줄 서기가 문화로 정착했던 것은 당시 국민들의 지지와 호응이 있기 때문이었다"면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두 줄 서서 가기를 진행하다 보니 시민들이 혼란스러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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