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시장에 투매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이 매물을 쏟아내기 시작, 주요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일부에서는 ‘원자재 거품 붕괴’를 지적하며 경기둔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았다. ◇원자재값 추가하락 불가피=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2월물은 미국의 온화한 날씨 예보로 전일보다 4.7%(2.73달러)나 급락한 배럴당 55.59달러로 거래를 마감, 지난 2005년 6월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이틀간 9%나 주저앉았다. 비철금속의 하락세도 계속됐다. 전일 9개월 만에 6,000달러 밑으로 떨어졌던 구리 3개월물은 이날도 재고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2.4%(140달러) 하락했고 금ㆍ알루미늄ㆍ납ㆍ아연 등 거의 모든 상품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의 ‘투매(speculative selling)’가 원자재값 급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세계 최대 경제강국인 미국의 경기지표가 성장둔화를 점점 더 분명하게 보여주면서 가격 하락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자 기사를 통해 “상품시장의 투매가 가격을 더욱 떨어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원자재 거품붕괴, 경기둔화 반영 주장도=원자재값이 급락하면서 거품 붕괴나 미국 경기 둔화 가시화와 같은 비관적인 전망도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롬바르드 스트리트 리서치의 찰스 듀마 책임자는 “구리 값은 올해 후반 ‘이름뿐인(dead-cat)’ 반등을 시도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톤당 2,300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다”며 “원자재 거품의 붕괴가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원자재 값의 급락이 경기성장 둔화의 신호라는 지적도 등장했다. 리톨츠리서치앤드애널리스틱스의 배리 리톨즈 수석 전략가는 “구리소비 둔화는 곧 주택과 사무실, 컴퓨터의 수요가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메릴린치의 리처드 번스타인 수석 전략가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인하를 늦추면 올해 경제성장을 억제할 수 있다”며 “구리는 이것을 이미 반영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아직 거품 붕괴를 논하기는 이르다는 반박도 있다. AP통신은 한 펀드매니저의 말을 인용, “지난 3년간 상품시장에 생명을 불어넣었던 연기금펀드 등이 여전히 시장에 남아 있다”며 “풍부한 유동성은 원자재 가격을 다시 올려놓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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