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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조선시대 만연했던 뇌물·뒷거래… 현대사회에 경종을 울리다

■ 조선은 뇌물천하였다 (정구선 지음, 팬덤북스 펴냄)<br>조선왕조실록 내용 토대로<br>인사청탁·병역비리·탈세 등<br>뇌물사건 적나라하게 밝혀


조선시대 화가 김홍도가 그린 '평생도'의 하나인 '정승행차' 장면이다. 조선초에도 인사청탁 등의 출세나 징집·세금 면제 등과 관련해 뇌물이 만연했다.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세종 6년(1424년) 7월의 일이다. 세종은 조정의 관리나 대신 중에 뇌물을 받는 자가 많아 이를 엄하게 금지하는 법과 뇌물을 받은 자와 준 자를 처벌하는 법을 만들도록 지시했다. 그러자 영의정 유정현은 "나 같은 늙은 자가 음식물을 받는 게 무엇이 해로울 것 있겠소"라고 했고, 대제학 변계량과 이조판서 허조는 "먹는 물건을 주고받는 것은 해로울 일이 없을 것 같은데 하필 금할 것이 있겠소"라며 동조했다. ('세종실록' 권25. 6년 7월14일 정해)

조선은 나라를 연 태조 이성계부터 적극적으로 '뇌물 타파'를 천명했다. 태조는 뇌물로 관직을 사고파는 '엽관운동'(獵官運動)이 고려 말부터 성행했던 것을 꼬집으며 이를 없애려 했던 것. 왕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선시대에는 여전히 뇌물 수수가 만연했다. 특히 조선 초기인 태조 때부터 성종 재임 시기까지는 뇌물이 공공연했을 정도로 심각했다. 한국사 학자인 저자는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토대로 뇌물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의 행적을 적나라하게 밝혀냈다.

당시에는 지방의 관찰사나 수령들이 출셋길을 마련하기 위해 중앙의 권세가에게 줄을 대 집중적으로 뇌물을 바쳤다. 태종의 후궁인 숙공공주의 아버지 김점은 평안도 관찰사로 있을 때 너무 많은 뇌물을 받아 문제를 일으켰었다. 여러 고을에서 뇌물을 거둬들인 것은 물론 감형을 원하는 죄수들에게도 뇌물을 요구했으며, 베이징에서 돌아오는 사신과 함께 오는 상인(商人)은 뇌물을 받아야만 입국을 허락했을 정도였다. 이를 알고 김점을 문책하던 태종은 "그 딸(숙공공주)이 그대로 궁중에 있으면 공정한 의(義)와 사정(私情)이 의심을 받게 될 것"이라며 후궁을 궐 밖으로 내쫓았다.

장원급제자로 태종과 세종의 총애를 받은 대제학 조말생은 '조선을 뒤흔든 뇌물 사건' 중 하나로 꼽힌다. 조말생이 병조판서로 재직할 때는 뇌물을 받고 소송 판결을 지연시켰고, 토지를 몰래 받고서는 관등을 올려준 부당한 인사도 저질렀다. 충신들이 그의 죄를 고하는 상소를 올렸으나 세종은 "선왕(先王) 태종이 총애했던 인물로 공로가 있다"며 귀양을 보내는 수준에서 사건을 무마해 아쉬움을 남겼다.



윗물이 탁하니 아랫물도 맑을 리 없었다. 범죄자를 다스리는 포졸과 곤장을 치는 나장들도뇌물을 받았다. 최하급관리 격인 아전들은 선상노비(選上奴婢ㆍ지방에서 중앙으로 뽑아올리는 종) 선정이나 공물 수납, 부역 부과와 관련해 뇌물을 챙겼다. 외교적 목적을 가진 일본인이나 귀순하려는 여진족이 조선 관리들에게 뇌물을 바치는 일도 있었다. 사회 전반이 이렇다 보니 뇌물 전달을 전담하는 '뇌물 브로커'까지 생겨났다. 성종 19년(1488년)에 사헌부의 심문을 받은 망오지라는 여인은 분(粉)을 파는 것이 원래 직업이었으나 뇌물을 알선, 전달하는 것을 업으로 삼았었다.

그렇다면 왜 뇌물이 오고 갔을까? 조선시대 뇌물수수의 가장 큰 이유는 '인사청탁'이었다. 군대 징집이나 세금 면제, 형벌 감형을 청탁하는 뇌물도 상당히 많았으며 심지어 노비를 차지하기 위해 뇌물을 뿌린 사건도 있었다.

저자는 "조선시대에도 오늘날만큼 부정한 청탁과 뇌물이 만연돼 있었으며 처벌이 미온적이다 보니 뇌물비리가 끊이지 않았다"며 "이 책을 통해 역사의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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