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심석희 타임'이다. 이번 대회 한국 쇼트트랙의 첫 금메달을 향해 '여고생 에이스' 심석희(17·세화여고·사진)가 뛴다.
심석희는 13일 오후7시(이하 한국시각)부터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시작되는 쇼트트랙 여자 500m 준준결선에 출전한다. 준결선과 결선도 같은 날 이어 열린다. 지난 10일 치른 예선에서 심석희는 8조 경기 초반 꼴찌에서 레이스를 관망하다 폭발적인 순간 스피드로 2위로 골인, 자신이 왜 '차세대 여왕'으로 통하는지 살짝 보여줬다.
이번에는 '살짝'을 넘어 여왕의 위엄을 숨김없이 보여줄 차례다. 500·1,000·1,500m와 단체전인 3,000m 계주에 출전하는 심석희의 목표는 최소 2관왕이다. 달성한다면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서 3관왕을 거둔 진선유에 이어 8년 만의 다관왕 기록이다.
한편으로는 17세 여고생에게 쏠리는 중압감이 안쓰럽기도 하다. 심석희는 개인적으로는 생애 첫 올림픽이라는 긴장감을 이겨내야 하며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언니'들이 겪었던 '노 골드' 수모를 앞장서서 씻어야 한다. 당시 여자 대표팀은 계주에서 불리한 판정 탓에 실격하는 등 불운이 잇따랐다.
이번 대회에서는 앞서 메달권이 확실시됐던 남자 1,500m에서 메달이 나오지 못하면서 심석희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하지만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상화가 그랬듯 심석희도 '타던 대로'만 타면 된다. 그는 시니어 무대 첫 시즌인 2012-2013시즌 6차례 월드컵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냈고 올림픽을 앞둔 2013-2014시즌에도 1차 대회 3관왕(1,000·1,500·3,000m 계주)에 올랐다. 2~4차 대회에선 각각 금메달 2개와 3개, 1개씩을 보탰다.
심석희에게 500m는 주종목은 아니다. 올 시즌 월드컵 대회에서 거둔 500m 메달은 동메달 1개가 전부다. 하지만 주종목과 그렇지 않은 종목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의 모든 종목에 강하다는 게 심석희의 강점이기도 하다.
500m에 같이 출전하는 박승희(화성시청), 김아랑(전주제일고)과 '작전'을 잘 짠다면 한국 선수들의 동반 메달도 기대할 만하다.
한편 이날 남자 1,000m 예선과 5,000m 계주 예선도 벌어진다. 1,500m 준결선에서 1·2위로 달리다 넘어졌던 신다운(서울시청)과 이한빈(성남시청)이 당시의 충격을 딛고 정상 컨디션을 보이느냐가 관심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