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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2000만원짜리 NPL 채권액 81%에 매입 후
경매서 3억에 낙찰되면 4000만원 차익 얻어
부실채권 늘며 시장 확대… 매달 1000여건 쏟아져
70%가 수도권에 집중
# 국회의원 K씨의 남편 N씨. 그는 지난 6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시기에서 상가와 오피스텔을 다수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였다. 의혹의 눈길은 N씨가 상가를 취득한 과정에 향해 있었다. N씨는 현재 직접 혹은 법인을 통해 상가만 7개를 소유하고 있다. 그는 대표로 있는 E법인은 지난 2010년 충북 청주에 있는 상가 16개에 설정된 채권(근저당권)을 인수했다. 상가들은 4달 뒤 경매에서 27억2,100만원에 매각됐는데, 이 중 3개는 N씨가 그리고 2개는 N씨의 지인들이 낙찰받았다. 이후 E법인은 이 빌딩의 상가 2개를 추가로 매입했다. 현재 N씨가 소유한 상가 7개의 시세는 25억원가량이고 근저당 채무 16억원이 설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취재한 독립언론은 N씨의 상가 취득 과정이 "질권 대출로 부동산에 설정된 부실 채권 등을 인수해 자산을 늘려나가거나 채권 재양도를 통해 단기 차익을 노리는 전형적인 부동산 투기가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상가에 설정된 근저당권을 사들여 그 중 일부 상가를 낙찰받는 것은 투기일까 투자일까. 이를 판단하기 위해선 NPL(Non-Performing Loan)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N씨가 사들인 상가의 채권은 부동산 담보부 NPL이라고 불린다. 이때 NPL이란 대출이자가 3개월 이상 연체된 무수익 여신으로 일반적으로 부실채권이라고 불린다. 그리고 부동산 담보부 NPL(이하 부동산 NPL)이란 이중 아파트나 상가 등 부동산을 담보로 가진 NPL을 말한다.
NPL은 금융기관이 개인에게 신용 또는 담보 대출을 했다가 수개월 돌려받지 못했을 때 발생한다. 이때 은행은 'NPL 자산관리회사(AMC)'에 NPL을 채권 액면가보다 할인한 가격으로 판매한다. 그리고 자산관리회사는 자신들이 직접 NPL로 수익을 내거나 또는 다시 개인에게 재매각한다. N씨는 이러한 자산관리회사로부터 상가 담보부 NPL을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부동산 NPL을 취득했을 때 수익을 내는 방법은 통상적으로 두 가지다. NPL 물건이 경매에서 낙찰이 되면 채권액을 배당받는 방법이 있으며, 다른 하나는 NPL 물건 경매에 자신이 참여해 직접 낙찰을 받는 것이다. 경매업계에서는 두번째 방법이 종종 쓰이는데, 자신이 그 물건의 채권자이기 때문에 다른 응찰자보다 정보가 풍부하고 낙찰가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16개 중 5개를 낙찰받은 N씨와 그 지인들은 이 두 가지를 혼합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렇다면 NPL을 통한 배당이나 낙찰은 투기라고 볼 수 있을까. 한 경매업계 전문가는 "사실 채권에 대한 투자는 비과세"라면서 "경매가 끝나고 배당을 받거나 또는 경매로 낙찰받아 양도를 해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투기라는 의혹을 받을 여지가 없진 않다"고 덧붙였다.
금융권의 한 투자전문가는 "사실 투기와 투자를 가르마 타듯 나눌 수는 없다"면서도 "금력이 있는 상태에서 시기를 잘 맞춰 돈을 버는 것을 투기라고 정의한다면 NPL은 그렇진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권리분석이나 가치분석 등 경매에 필요한 지식뿐 아니라 채권과 근저당 등 금융에 대한 지식도 갖춰야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또 다른 경매 전문가는 "최근 NPL 시장을 통해 은행의 부실채권들이 처리된다는 순기능이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면서 "시간과 지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선진 투자 기법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NPL투자는 부동산과 금융의 결합이다. 두 분야의 지식을 두루 갖춰야만 부동산 NPL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부동산 NPL시장은 소수의 전문투자자 영역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1년 이후 NPL 시장 규모 자체가 커지면서 경매에 관심을 갖던 투자자들이 부동산 NPL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배당받거나 낙찰받거나 되팔거나…투자법도 다양= NPL투자법은 배당에서부터 낙찰, 재매각까지 다양하다. 최근 한 부동산 NPL을 매입한 A씨의 사례를 살피면 기본적인 부동산 NPL 투자법을 파악할 수 있다.
A씨는 한 경매전문업체로부터 3억2,000억원짜리 NPL을 채권액의 81%인 2억6,000만원에 매입했다. 이 NPL은 서울 성수동 소재 아파트의 근저당권으로, 현재 아파트는 경매에 나와있고 감정가는 3억5,000만원이다.
A씨가 이 NPL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통상적인 방법은 세 가지다. 배당, 낙찰, 그리고 재매각이다.
먼저 배당을 살펴보자. 배당은 아파트가 경매에서 낙찰되면 법원으로부터 채권액인 3억2,000만원을 받는 방법이다. 관건은 채권액에 상응하는 가격에 낙찰이 되느냐다. 지난 7월 서울 아파트의 평균 낙찰가율은 86.54%. 이 아파트 역시 이 정도 낙찰가율을 기록한다면 낙찰금액은 3억여원이다. 이 경우 A씨는 NPL 채권액 3억2,000만원 중 3억여원을 배당받게 된다. 비록 채권액보다 2,000만원을 덜 받지만 NPL을 2억6,000만원에 구입했기 때문에 A씨가 남기는 차익은 4,000만원에 이른다.
두번째는 자신이 직접 낙찰을 받는 것이다. 만약 아파트의 시세 상승이 기대된다면 직접 낙찰받는 것도 유리하다. NPL을 매입한 사람이 직접 물건을 낙찰받는 경우 배당받는 금액의 범위 내에서 상계처리가 된다. 업계에서는 개인이 부동산 담보부 NPL을 구입하는 경우 이러한 투자법이 가장 보편적이라는 설명이다.
예컨대 A씨가 평균 낙찰가율보다 높은 3억1,000만원을 써내 낙찰을 받다고 하자. NPL 채권액은 경매대금과 상계처리되기 때문에 A씨는 추가로 한푼도 지불하지 않고 아파트를 받게 된다. 결국 A씨는 NPL 구입액인 2억6,000만원에 이 아파트를 구입한 것이다. 낙찰 후 시세가 오른다면 수익률은 더욱 높아진다.
마지막으로 재매각이 있다. 보통 NPL로 나온 물건이 경매에서 처리되기까지는 6개월 가량 걸리는 게 통상적이다. 이러한 기간 및 절차 이행에 따른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재매각해 수익을 올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위에서 살펴봤듯이 이 A씨의 NPL은 배당이나 낙찰을 통한 차익 획득이 기대되기 때문에 적당한 구매자만 찾으면 2억6,000만원보다 높은 금액에 매각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NPL의 가장 큰 장점으로 채권 거래를 통한 수익이 비과세라는 것을 꼽는다. 채권은 이자에 대한 소득세는 매기지만 배당에 대한 세금은 매기지 않는다. 또한 부동산 NPL은 부동산이 아니라 채권이기 때문에 낙찰 후 매매해도 양도세가 발생하지 않는다. 즉 부동산 NPL로 배당을 받거나 낙찰을 받아도 세금 부담이 없다는 설명이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부동산 투자의 장점은 안전하다는 점인데 최근에는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부각돼 이 장점이 퇴색되고 있다"면서 "그러한 환금성이 보완되는 게 바로 부동산담보부 NPL"이라고 설명했다.
◇커져가는 NPL 시장= NPL 시장은 금융산업의 규모가 커지고 경기가 침체될수록 오히려 활황세를 보인다. 시중은행은 채권이 부실화되면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부실채권 을 NPL 자산관리회사인 유암코, 대신F&I 등에 처분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말 현재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25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보다 6,000억원 가량 늘어난 것으로, 지난 2009년 말(16조원)과 비교하면 무려 10조원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부실채권 증가와 함께 은행이 부실채권 매각 규모도 크게 늘어났다. 은행의 부실채권 매각규모는 △2009년 4조6,000억원 △2010년 6조4,000억원 △2011년 7조4,000억원 △2012년 6조8,000억원 △2013년 6조2,000억원 등 5년 간 31조4000억원에 달했다.
이에 맞춰 부동산 NPL 규모도 크게 늘고 있다. 2008년에는 1,405개에 불과했던 물건 수가 2013년 들어서는 1만580개를 기록해 무려 753% 증가했다. 매달 나오는 물건도 2008년에는 117건에 불과했으나 올해 들어서는 매달 1,084건씩의 물건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부동산 NPL은 부동산 경기가 상대적으로 침체된 수도권에 집중된 모습이다. 올해 7월까지 전체 7,591건의 물건의 68.8%인 5,227건이 수도권에서 나왔다.
최근 들어 NPL시장이 커진 데는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된 영향이 크다는 설명이다. 과거에는 은행들이 NPL을 자체 유동화했지만, IFRS 도입 이후에는 부실채권을 빨리 털어내는 것이 회계상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은행의 NPL 매각은 앞으로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기업구조조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부실채권을 정리하도록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권고기준(바젤Ⅲ)을 맞추기 위해 대규모로 NPL을 매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채권액보다 저가 낙찰 땐 손실 조권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