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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냐 조정이냐 세계경제 기로] 3. 제동걸린 美 신경제
입력2001-03-04 00:00:00
수정
2001.03.04 00:00:00
'장기호황' 끝나나 비상등미국 경제가 거품 붕괴 이후 10년 장기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일본의 전철을 밟으며 끝없이 추락할 것인가.
불황 없이 고속성장을 지속, '신경제'라는 새로운 경제용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전세계의 부러움을 사온 미국 경제는 최근 들어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증시폭락, 기업설비투자 감소, 기업실적 악화 및 부도기업 증가, 소비자 신뢰 후퇴 등 미 경제의 위기를 알리는 신호음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해 4ㆍ4분기 이후 성장둔화가 뚜렷해진 미 경제가 불황의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올 들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미 경제에 대한 불안감은 신경제를 떠받들어온 각종 요인들이 일거에 사라지면서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지난 95년 이래 미국 기업의 노동생산성은 연평균 2.7%씩 증가하며 전통 경제학의 경기순환론을 사실상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를 가능케 한 기업설비투자가 지난해 4ㆍ4분기 9년만에 처음으로 줄어들면서 신화가 막을 내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매년 25% 이상 급증, 신경제를 이끌어온 정보기술(IT) 부문의 설비투자 증가세마저 줄어들고 있어 경기둔화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장기 불황으로 이어지리라는 분석도 있다.
IT제품의 경우 일반 기계설비에 비해 제품수명이 짧아 관련투자를 줄일 경우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빠르게 감소한다.
골드만삭스 증권은 지난 몇 년간 미 경제성장의 엔진으로 작용해온 IT 분야가 불황시 오히려 경기회복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돌변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UBS 워버그증권은 지난 80년대 버블경제 당시 일본의 설비투자 및 노동생산성 증가세와 90년대 미국의 그것이 매우 유사하다는 분석자료를 내놓고 있다.
일부 낙관론자들이 미국은 노동생산성이 높아 자본을 부동산 등에 투자한 일본과 상황이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전혀 사실무근인 것으로 드러났다.
통상 기업 과잉설비와 그에 따른 금융부실을 해결하는데 수년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미 경제도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0년간 저축률이 제로에 가까울 정도로 흥청망청 써댔던 미국인들이 막대한 부채를 떠안고 있는 점도 불안요소다. 신경제는 임금과 고용은 안정시켰지만 개인들의 주머니는 매년 두자리수 이상 성장한 증시 덕에 두툼해졌다.
그러나 미국인들이 재산의 35% 가량을 투자하고 있는 미 증시의 시가총액은 지난 1년간 무려 3조달러나 줄어들었다.
증시가 살아나지 않을 경우 개인들의 지출이 급감하고 설비투자가 감소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올들어 물가가 급등,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운신폭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 1월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는 각각 0.6% 및 1.1%씩 급등, 불황에도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98년 러시아 금융위기 당시처럼 FRB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 경제전문가들은 이런 불안요인들을 잘 알고 있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FRB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10년간 1조6.000억달러의 세금을 감면, 경기를 부양시키려는 부시 대통령의 감세정책과 버블 형성과 경기냉각을 동시에 차단하는 FRB의 절묘한 금리정책이 제대로 먹혀 들어가느냐에 미국은 물론 세계경제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지적이다.
김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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