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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전 공중 풍력발전기를 개발한 김대봉 진원인더스트리 대표는 본격적인 상용화를 앞두고 정부에 자금 지원을 신청했지만 퇴짜를 맞고 말았다. 세계 두번째로 선보인 제품이다 보니 '신기술과 관련된 법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지원해줄 수 없다는 판정이 내려진 탓이다. 김 대표는 다행히 민간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해 세계시장 진출을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글로벌 업체들은 풍력 등 미래산업과 관련된 신기술 개발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우리의 연구개발(R&D) 지원책은 이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업체들이 혼신을 다해 개발한 신기술이 잘못된 제도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고 꼬집었다. 기존의 국내 R&D 지원정책은 관련 논문이나 특허 창출 등 양적인 면에선 어느 정도 성과를 보였지만 정작 시장이 요구하는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에는 미흡하다는 한계점을 안고 있다. 때문에 진원인더스트리처럼 세계 시장을 선도할만한 신기술이 개발돼도 정책적인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사장되는 사례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동안 R&D과제를 다수 과제로 세분화한 '소액 분산형'관리방식은 시너지효과를 원천적으로 막아 왔으며 소수의 전문가 위원회에 의존하는 폐쇄형 기획시스템도 한정된 예산 등의 이유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민간이 주도하는 전략기획단이다.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 이끌어갈 전략기획단은 최고경영자(CEO), 학계 전문가들 15인으로 구성돼 신사업 창출을 위한 투자 방향 및 R&D 포트폴리오를 주도하며 연간 4조 4,000억원 규모의 R&D 혁신전략을 추진하게 된다. 황 단장은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탄력적 대응 및 책임성 확보를 위해 기존의 과제관리형 예산지원방식을 기업형 투자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글로벌 성공경험을 갖춘 기업인 등 민간부문의 핵심 인재를 폭넓게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기획단의 원활한 업무수행 지원을 맡을 투자관리자(MD) 조직에도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CEO 및 최고기술관리자(CTO)등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MD는 이달중 에너지ㆍ정보통신ㆍ융합신사업 등 5대 주력분야에서 선정돼 차세대 R&D과제를 조정하고 사업화하는 역할을 책임지게 된다. 아울러 기존에 92개 사업으로 분산돼 있던 칸막이식 R&D 사업구조도 3개 분야, 35개 사업 수준으로 통합ㆍ단순화하는 등 융합형 R&D로 사업구조가 개편된다. 현재 진행중인 5,523개 과제도 재분류해 R&D 전략의 방향성에 따라 재원 조정이 유연한 사업구조로 바뀌게 된다. 5년 단위의 중기 R&D 투자계획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시장 환경에 따라 탄력적인 지원예산 운용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선택과 집중의 전략도 본격적으로 적용된다. 원자력발전처럼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는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기 위해 상반기 중 10대 선도기술이 선정되며 산업원천기술개발과 관련된 2,145개 과제는 100대 전략제품 융합ㆍ원천기술로 재편해 집중 지원된다. 이밖에 해외의존도가 높은 부품ㆍ소재 분야의 경우 20대 핵심 부품ㆍ소재 개발을 지원해 중소ㆍ중견기업의 기술자립화 및 글로벌화를 지원하게 된다. 특히 고급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ㆍ중견기업을 위해 부설연구소 설립을 적극 지원하고 200여명의 고급 연구인력이 중소ㆍ중견기업에 파견돼 산업현장과 밀착된 기술개발을 벌이게 된다. 황 단장은 "기존의 선진국 추격형 R&D에서 벗어나 산업 선도형 R&BD(Research&Business Development)로 개편하는 것이 R&D혁신의 핵심"이라며 "이를 통해 2020년까지 국민소득 4만불 시대를 달성하고 5대 기술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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