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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가을 소나타'

모성 두려운 엄마와 모성 그리운 딸


엄마는 엄마의 말을 한다. 딸은 딸의 말을 할 뿐. 서로 다른 기억을 타고 내뱉는 언어는 애써 눌러왔던 원망과 진심을 끄집어내고, 결국에는 가시가 돼 상대를 할퀸다.

지난 22일 개막한 연극 '가을 소나타(사진)'는 스웨덴의 잉마르 베리만의 동명영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단어 '모성'을 갈등의 한가운데 세운다. 자식에게 "난 네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았다"고 외치는 엄마. 그런 엄마를 향해 "엄마와 딸은 정말 끔찍한 조합"이라고 분노하는 딸. 날선 모녀의 대화는 가을의 따뜻한 감성을 살린 무대배경과 대조를 이뤄 더욱 적나라하게 다가온다.

잘나가는 피아니스트인 엄마 샬롯(손숙)이 7년 만에 딸 에바(서은경)를 찾아온다. "사랑하는 내 딸"을 외치는 엄마와 "엄마가 와주셔서 기쁘다"고 말하는 딸 사이에는 그러나 뭔가 모를 거리감이 느껴진다. 에바가 병든 동생 엘레나(이연정)를 돌보고 있다고 고백하면서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감정이 꿈틀댄다. "그 애가 여기 있단 걸 알았다면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에바를 타박하던 샬롯은 정작 엘레나 앞에서는 한없이 다정한 엄마로 돌변하고 에바는 엄마의 위선에 또 한번 상처를 받는다.



주연 배우인 손숙과 서은경의 숨 막히는 심리대결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내내 눈치 보고 위축돼 있던 에바는 샬롯과 옛이야기를 하던 중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폭발적인 감정과 에너지를 쏟아낸다. "난 엄마가 조종하는 못난이 인형이었을 뿐이에요." 에바가 '불륜'으로 기억하는 엄마의 외도는 샬롯에게는 '또 다른 사랑'이다. 어린 시절 혼전 임신한 에바를 강제 낙태시킨 샬롯은 '딸을 위한 일'이었다고 소리치지만 에바는 '엄마가 내 행복을 파괴했다'고 말한다. 딸의 분노에 변명하던 엄마도 어느 순간 진심을 털어놓는다. "난 엄마라는 내 모습이 어색하고 불안했어." 두 여배우의 팽팽한 갈등과 대치 속에 관객은 때로는 샬롯이, 때로는 에바가 돼 극에 녹아든다. 엄마라는 역할에 대한 두려움과 모성에 대한 갈구는 부모로서, 자식으로서 누구나 겪었을 인간 보편의 감정이기 때문이다. 도망치듯 파리로 향하는 샬롯과 엄마에게 사과의 편지를 쓰는 에바. 두 사람 사이에 옹이처럼 박인 상처는 치유될 수 있을까. 사실주의 연출의 대가 임영웅의 연출 60주년 기념작으로 오는 9월6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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