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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남동부에 위치한 인구 50만명의 소도시 크로스노. 천연가스전과 화학공장이 밀집한 이 도시의 최고 기업은 폴란드 가구제작 업체인 '노비스틸'사다. 제작한 가구의 대부분을 유럽 전역에 수출하는 이 회사는 최근 그리스 재정위기로 불거진 유럽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두 자릿수 성장률을 이뤘다.
'마이너스 성장'이 우려되는 서유럽과 달리 유럽연합(EU) 6위 경제대국 폴란드를 비롯해 체코 등 동유럽 국가들은 탄탄하고 지속적인 성장으로 동유럽 경제발전을 주도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 보도했다.
노비스틸의 성공이 유독 돋보이는 것은 독일과 스페인ㆍ그리스ㆍ이탈리아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지역으로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며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로만 프리지빌스키 노비스틸 영업담당 이사는 "유로존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제품수출이 호조를 보인 것으로 평가한다"며 "올해도 제품판매와 수출이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독일의 의자 전문 제조업체인 '사토오피스'까지 인수해 독일 내수시장과 서유럽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삼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
폴란드의 고급 요트 제작업체 델피아도 지난해 생산량이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최대 구매국인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재정위기로 회사 전체 매출이 줄었지만 독일과 네덜란드ㆍ스웨덴 등 스칸디나비아 반도 국가들의 주문이 늘면서 생산량도 함께 증가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폴란드의 지난해 성장률은 4.3%로 동유럽 국가 가운데 가장 높았다. 유럽위원회는 올해 폴란드 경제성장률이 2.5%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체코와 헝가리ㆍ슬로바키아 등도 동유럽을 대표하는 경제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민총생산(GDP)의 약 70%를 수출이 차지하는 체코는 2분기 연속 경기성장세가 둔화되기는 했지만 자동차 업체 스코다가 체코 수출의 일등공신 역할을 하며 사상최대 수출실적을 기록했다. 지난달에도 독일 판매가 전년동기 대비 23% 증가하며 강한 판매증가 실적을 나타냈다.
슬로바키아는 지난 2004년 유럽연합(EU) 가입 이후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적극적인 해외투자 유치정책으로 최근까지 경제성장률이 연 평균 5%에 달했다.
폭스바겐, 푸조와 기아 등 세계 유수 자동차 업체들의 투자유치에 성공해 국민 1인당 자동차 생산량이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헝가리는 불안정한 경제상황과 노동정책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성장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4·4분기 GDP 성장률은 0.3%에 그쳤지만 강력한 농업생산과 산업수출이 헝가리 경제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동유럽 수출호조와 경제성장이 서유럽 불황의 늪을 넘어설 수 있을지 여부다. 특히 동유럽 최대 교역 대상국인 독일의 경제성장 전망이 현재로서는 어두워 동유럽의 경제호황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닐 셰어링 캐피털이코노믹스 이머징마켓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서유럽 경기침체로 동유럽 지역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이른바 '반사이익' 효과도 있었다"며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경기침체가 가시화될 경우 이들 국가에도 암운이 드리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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