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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김 총재와 김 회장에 대한 단상(2)


정보기술(IT)업계의 격변기를 보노라면 조직은 영원하지 않다는 점을 새삼 느낀다. 잘 나가다 한순간에 추락하기도 하고 바닥을 기다가도 어느새 세상을 호령한다. 특히 애플, 노키아처럼 수장이 누구냐에 따라 조직의 위상ㆍ문화ㆍ사기 등 근간이 흔들릴 때가 많다.

지난달 중순 '중소기업주간'을 앞두고 열린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의 간담회에 기자 수십여명이 모여들었다. 과거 같으면 어림도 없었겠지만 동반성장ㆍ중기적합업종ㆍ3불 철폐 등 이슈 메이커로 자리매김하며 180도 달라진 중앙회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매년 중소기업 오너 수백명이 참가하는 '제주 리더스포럼'도 마찬가지. 예전에는 참석자 확보가 '하늘의 별따기'였는데 김회장 취임 후에는 신청자가 쇄도해 일찌감치 접수를 마감한다.

4월초 한국은행에서 김중수 총재 취임 2주년 보도자료를 냈다. 하지만 상당수 매체가 외면했고 오히려 비판성 기사가 제법 나왔다. 물가정책 실패자로 찍힌데다 기획재정부의 '남대문 출장소'로 불릴 만큼 정부의 거수기로 전락한 탓이다.

심지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때 김총재의 Q&A 종료 전 애널리스트 등이 식사하러 간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전임 총재 시절 행간의 의미 파악에 애를 쓰고 관련 리포트나 기사가 쏟아졌던 때와 비교하면 상전벽해(桑田碧海)다.



김 회장은 취임 당시 '김대리'로 불렸다. 사사건건 간섭하자 직원들이 노골적으로 배척했다. 하지만 주말에도 솔선수범하는 한편 성과평가제를 도입해 객관적인 인사를 단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일하는 문화가 정착됐다. 그러면서 중앙회의 위상은 높아졌고 조직원의 자부심도 한층 배가됐다.

김 총재는 천재로 통한다. 실제 십여군데 조직에서 장을 역임했다. 그는 이를 거론하며 간부들에게 한은에서만 웅크리지 말고 큰 뜻을 품으라고 다그쳤다. 모 인사는 "자괴감이 든다.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일했는데, 잘못 살았나"라면서 "이제부터라도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혼란스럽기는 젊은 직원도 마찬가지다. 총재 취임 이후 고학력자 우대가 뚜렷해지자 연차 낮은 이들도 박사학위에 정신이 팔려 있다고 한다.

"부끄럽다"는 한은맨, "일할 맛 난다"는 중앙회 직원. 처지가 언제 또다시 뒤바뀔 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한번 어긋난 조직은 원상태로 회복하기에는 두세 배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고 성취감을 맛본 조직은 자리 보존에 온 힘을 쏟을 게 분명하다. 두 수장이 임기를 마치는 2~3년 뒤 양 기관의 모습이 어떻게 달라질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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