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80으로 따내어 일단 백은 확실히 살아두었다. 이세돌은 이 수를 두면서 흑대마가 살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구리는 이미 깊은 수를 읽고 있었다. 흑81 이하 87이 그것이었다. "여기 와서는 흑대마가 살았어요."(김만수) 홍성지8단은 백이 80으로 꼭 따내야 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참고도1의 백1로 안형을 없애고 흑이 2로 두면 백3으로 먹여쳐 수상전으로 갔으면 과연 어떻게 되었는지 의문이라는 것. 얼핏 만들어본 가상도는 백31까지(22는 3의 자리. 30은 15의 아래) 흑대마가 유가무가로 잡힌다. 그러나 수조이는 과정에 변수가 많아서 흑이 꼭 잡힌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홍성지의 이 주장은 그대로 묻혀 버렸다. 실전의 수순 가운데 백이 84로 물러선 것은 어쩔 수 없다. 참고도2의 백1로 받으면 흑2, 4로 중앙의 백 7점이 잡힌다. "문제는 백이 84로 물러섰다고 해서 무사히 수습된 게 아니라는 점이에요. 도처에 뒷맛이 나빠서 백이 무너지게 되었으니까요."(김만수) 이세돌은 백88로 내려서면서 중원의 흑대마는 놓쳤지만 좌상귀의 실리를 최대한 부풀리면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구리는 흑89로 젖혀 반항했다. "그게 잘 잡히질 않아요"(김만수) 백94는 일단 이렇게 두어보는 도리밖에 없다. 이세돌은 흑을 후수로 살려주고 계가바둑을 도모할 심산이다. 그러나 구리는 후수로 살 궁리를 하지 않고 있었다. 백진을 한껏 유린하고 백돌 한 무더기를 뭉텅 떼어먹을 궁리를 하고 있었다. /노승일·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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