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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5월 31일] '쇠고기 사태'에 기름 붓는 정치권

나라가 온통 미국산 쇠고기에 휘둘리고 촛불시위 등 혼란이 가중되는데도 정치권은 진화 노력은커녕 기름만 끼얹고 있다. 쇠고기 고시가 ‘대국민 선전포고’라며 투쟁의지를 다지는 일부 시민단체를 야당은 장외투쟁 선언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는 한술 더 떠 “장관고시가 강행되는 것을 보면서 미국산 쇠고기를 먹이기 위한 계엄이 선포됐다는 기분이 들었다”고까지 말했다. 국익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정치 지도자들이 어떻게 쇠고기 고시에 대해 ‘계엄 선포’니 ‘대국민 선전포고’니 하는 당치않은 소리를 할 수 있는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정치권이나 시민단체 및 국민 모두 이제는 냉정해져야 한다. 이만하면 미국에 한국민의 뜻이 충분히 전해진 만큼 멈출 때도 됐다. 더 이상 쇠고기 수입 반대집회를 하는 것은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논란에는 보호무역주의 성격이 깔려 있다”는 제임스 베이커 전 미 국무장관의 지적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는 보호무역주의를 가장 경계해야 한다. 미국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이 헛도는 것은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강한 민주당의 반대 때문이다. 지나친 쇠고기 수입 반대와 재협상 요구는 민주당의 보호무역주의와 FTA 재협상 요구에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작은 것을 지키려다 큰 것을 잃을 우려가 있다. 야당은 대다수 국민의 관심은 쇠고기가 아니라 가계를 옥죄는 고유가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야당이 쇠고기 문제로 대정부 강경투쟁을 해도 지지도가 올라가지 않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가능성도 없는 고시 철회나 재협상 요구는 새 정부 발목잡기 투쟁으로 비치기 십상이다. 이보다는 정부가 쇠고기 수입에 따른 대책을 제대로 실천하도록 감시, 채근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정부와 여당도 새 정부 100일 동안의 불만이 쇠고기를 탈출구 삼아 폭발했다는 인식에서 적극적인 대국민 설득은 물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개각 등 인적쇄신을 통해 국민의 불만을 달래고 야당과의 대화 물꼬를 터 난국을 헤쳐나가려는 정치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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