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최근 건설브로커 이동율(61ㆍ구속)씨로부터 강철원(48)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에게 인허가 청탁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시 관련 업무를 맡았던 서울시 실무진이 잇따라 수사 도마에 오르고 있다.
'왕의 남자'들로 꼽히던 최시중(75)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52)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기세를 제압한 검찰 앞에 서울시가 등장한 셈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최재경 검사장)는 2일 파이시티 인허가 과정에 개입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강 전 실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장시간 조사했으며 지금까지 나온 관련자 진술과 수사자료를 토대로 사법처리 수위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3일 밝혔다. 지난 4월30일 귀국해 조사를 받았던 강 전 실장은 단 이틀 만에 신분이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변경됐다. 앞서 강 전 실장은 2007년 '파이시티 사업이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알아봐달라'는 박 전 차관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고 시인했다.
이날 중수부 관계자는 "강 전 실장이 맡은 업무와 관련해 어떤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법리를 검토하고 있으며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같은 날 소환된 박 전 차관과 강 전 실장이 공모해 파이시티 인허가 과정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두 사람은) 별개의 혐의"라며 선을 그었다.
서울시 정무실무 라인의 핵심으로 꼽혔던 강 전 실장에 대한 사법처리가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를 신호로 파이시티 측으로부터 뒷돈을 받아 챙긴 시 공무원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정배(55) 전 파이시티 대표가 "박 전 차관이 서울시 공무원을 소개해줬고 소개비조로 돈을 건넸다"고 언급, 복수의 시 관계자가 파이시티 인허가 과정에 연루돼 있다는 점을 시인한 상황이기 때문에 검찰이 이 부분을 덮고 지나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검찰이 서울시 공무원이었던 김모 국장 등 다수의 관계자를 불러 조사를 벌인 것도 이 때문으로 점쳐진다.
한편 박 전 차관과 주변인의 계좌에서 발견된 뭉칫돈에 대한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인 이동조(59) 제이엔테크 회장은 해외로 도피, 사실상 잠적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이 회장과 연락이 닿지 않아 휴대폰에 소환 조사를 받으라는 문자를 1일 남겼지만 3일 오전까지 연락이 없다"며 "국내에 있는 가족에게 소환사실을 알렸다"고 말했다. 박 전 차관이 파이시티에서 받은 2,000만원을 별도의 계좌로 관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 회장은 검찰이 파이시티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시점을 전후로 중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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