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안정에 관한 ‘말의 성찬’이 이어지고 있다. 내년 대선을 의식한 정치권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반값 아파트 공급, 분양가상한제, 주택담보대출 제한 등 대책을 쏟아내면서 ‘시장 버블’에 못지않게 책임지지 못할 ‘정책 버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극적인 정치구호로 변질된 아이디어 수준의 방안들이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에서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와 전문가집단에서는 정책과잉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목소리 큰 정치권에 묻히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주 분양가 제도개선위원회에 참석했던 일부 전문가들의 퇴진도 이 같은 상황과 관련이 깊다. ◇‘정책 버블’ 도 넘었다=반값 아파트 이후 정치권에서 내놓은 부동산정책은 굵직한 것만 14개에 달한다. 한나라당이 ‘토지임대부 아파트 분양’ 당론을 확정하자 열린우리당은 ‘환매조건부’를 내놓았다. 또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당론과는 별개로 ‘국가시행분양제’를 제시했고 유력 대선 후보 중 한명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신혼부부에게 주택 1채씩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열린우리당 부동산특위는 ‘공영개발은 모든 택지개발지구로 확대’하는 안을 마련했으며 전용 25.7평을 초과하는 주택도 공공택지개발지구에서 원가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주택담보대출도 마찬가지다. 투기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을 동일인 기준 2건으로 제한하는 안이 당정 합의로 확정되자 정치권에서는 동일인 기준 1건으로 제한하는 안을 내놓은 데 이어 대출제한을 ‘가구 혹은 세대당 1건’으로 낮추자는 주문도 나왔다. 물론 투기지역 내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을 현재보다 강화하자는 안도 동시에 제시되고 있다. 분양가에 대해서도 민간아파트 분양가상한제와 마이너스옵션제 시행이 당정 합의로 확정됐다. ◇정책 주도권 여의도로=부동산정책의 주도권을 정치권이 쥐면서 상대적으로 정부의 정책기능은 사라졌다. 물론 당정 협의, 부동산대책특별반 회의, 분양가제도개선위원회 등의 회의체를 통해 정부의 목소리는 반영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의 주장을 뒷수습하는 데 상당시간과 노력을 허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에 관한 한 정부가 여의도로 옮겨졌다’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책의 무게중심이 솔직히 여의도로 옮겨졌다”며 “일단 (쏟아지는 정책) 태풍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치권 내에서도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건교위 소속인 주승용 열린우리당 의원은 “건교위원은 물론이고 전체 의원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부동산 특위에서 당의 대책을 마련하는 듯하다”고 특위에서 발표된 부동산 대책 방안을 정면으로 비난했다. ◇실효성은 따져보지도 않아=반값 아파트 내년 시범실시 등은 당정 합의를 통해 확정됐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쏟아낸 대책의 상당수는 폐기가 불가피하다. 환매조건부나 토지임대부 분양의 시범실시만 하더라도 주변 주택가격 안정이 선행돼야 한다. 현재와 같은 가격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사실상 임대주택인 토지임대부나 반쪽분양인 환매조건부 분양은 시범사업만 한 채 끝날 공산도 크다. 전ㆍ월세 인상률을 연 5%로 제한하거나 민간주택업체의 적정이윤을 설정하자는 방안들도 대표적인 표퓰리즘 사례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5년 뒤 분양전환할 수 있는 민간중형임대아파트도 수도권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나 공영개발 확대는 공급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자칫 정치권에서 쏟아내는 강경 일변도의 방안들은 시장기능을 떨어뜨리고 기존 입지여건이 뛰어난 주택의 희소성을 키우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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