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주도주ㆍ모멘텀ㆍ매수 주체가 모두 사라진 ‘3무(無) 장세’의 수렁에서 헤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하반기 경기회복 기대감 때문에 종합주가지수가 920~930선 이하로 빠지지는 않지만 950~960선도 쉽사리 뚫지 못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정보기술(IT)주의 상승 탄력이 둔화되면서 코스닥 시장의 열기도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며 “올 하반기 기업 실적이 가시화되고 미국 경기의 소프트패치(일시적 경기 하락) 여부가 판가름 나는 오는 6월까지 박스권 장세가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26일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량은 불과 2억6,452만여주에 불과했다. 거래 대금도 1조5,137억여원으로 5일째(거래일 기준) 2조원을 밑돌았고 지난 9일 이후 단 하루를 제외하면 모두 1조원대를 기록했다. 한마디로 주도주나 증시 모멘텀이 사라지면서 기관ㆍ외국인ㆍ개인 등 모든 매수 주체들이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연초 상승장을 이끌었던 수급의 힘이 완전히 사라진 것. 개인들은 이달 들어서만 무려 1조3,26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들도 하루 걸러 ‘사자’와 ‘팔자’를 반복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말 이후 대거 사들이던 IT주도 D램 경기 논란 등으로 매수세가 주춤해진 상황이다. 또 철강ㆍ화학 등 소재주도 주도주로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대신증권은 “철강금속과 화학업종이 각각 고점 대비 22.15%, 13.99% 하락했음에도 아직 저점을 확인하고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금융주와 자동차주도 각각 내수침체 지속, 노사분규 우려, 업종 내 경쟁 심화 등의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있다. 코스닥 시장의 강세도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2ㆍ4분기 IT주 실적 불안감 때문에 매수를 꺼리고 있다”며 “이런 와중에 코스닥시장과 유가증권시장의 중소형 IT주에 매수세가 유입돼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호 미래에셋증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최근 IT 모멘텀이 꺼지고 있어 코스닥 반등도 곧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특별한 주도주나 모멘텀이 부각되지 않은 한 6월까지 날마다 매매 패턴이 바뀌는 혼조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세욱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6월 증시도 전형적인 박스권 장세가 예상된다”며 “주가가 올해 하반기 상승할 것으로 보나 힘을 비축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신증권도 “수급 구조 개선과 하반기 내수회복 기대감 등이 하방경직성을 높여줄 것”이라면서도 “하반기 이후 IT 등의 경기회복 여부가 드러나는 6월 중순까지는 기간 조정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