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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복고(復古)-양창훈 현대아이파크몰 대표


갓 들어온 신입사원과 과장·차장급 중견 사원의 옷차림을 무심히 바라보다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두 그룹의 패션 스타일은 연차만큼이나 확연히 구분돼 있었는데 세대별 기호 차이가 예상 밖으로 컸다.

우선 과장급 이상 30~40대 직원들은 슬림한 슈트에 바지 폭이 좁고 길이가 짧은 세련된 이탈리아 식 정장 차림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신입사원들은 영화 '킹스맨'의 배우 콜린 퍼스가 입어 화제가 됐던 클래식 슈트에 2대8 가르마 머리 등 '과거로의 회귀'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었다. '복고풍 신입사원'과 '도시남 과장'이라는 언밸런스한 모습에 최근의 복고 열풍이 불현듯 떠올랐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살기가 팍팍해지면 대중문화와 패션을 중심으로 복고 문화가 뜬다는 속설이 있다. 작금의 복고 열풍이 풍요로웠던 IMF 이전의 1990년대에 맞춰져 있는 것이 그 반증이다. 과거의 감성은 확실히 아름다운 추억과 향수를 떠올려 좋은 기분을 선사해준다.

1990년대를 배경으로 청춘들의 캠퍼스 낭만과 당시 유행 문화를 되살려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추억의 음악을 다시 부르는 '불후의 명곡' '토토가', 그리고 영화 '쎄시봉'에 이르기까지 복고를 소재로 한 최근의 대중문화는 각박한 삶에 찌든 현대인에게 감수성을 채워주고 과거로의 단상에 젖게 한다. 또 최근 길거리에 등장한 몇몇 신생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인테리어와 주요 판매 상품이 머릿속에 잠들어 있던 옛 기억을 끄집어내기도 한다. 이밖에 편의점이나 마트에서는 추억의 가공식품이 갑작스레 인기 상품으로 등극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끈다.

좋았던 과거를 되새기는 것은 어찌 보면 인간의 본능인지도 모른다. 할리우드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주인공은 헤밍웨이의 시대를 동경하며 산다. 하지만 과거로의 여행을 통해 만난 대문호는 정작 자신들의 시대는 상상력이 없다고 한탄하며 르네상스 시대를 그리워한다.



역사를 상고해봐도 그렇다. 조선 시대 유학자들은 요순(堯舜) 임금의 시대를 국가와 군주의 이상향으로 삼았으며 성현들의 말씀인 경전을 일생 동안 읽고 또 읽었다. 어찌 보면 조선은 '복고의 나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복고 열풍이 미래에 대한 희망과 발전보다는 각박한 현실을 회피하기 위한 탈출구와 일부의 상업적 목적에 의한 추억 팔기로 전락하고 있는 부분은 안타깝다. 복고가 단지 '아 그때는 참 좋았었는데'하는 신세 한탄에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 선조들이 경전을 외운 것은 단지 추억을 읊조리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공자는 노나라 애공(哀公)에게 "선비는 지금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지만 옛사람들에게 뜻을 두고 지금 세상에서 행동하며 후세에 모범이 된다"고 했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보며 현재의 삶에 충실한 것이 옛사람들의 '복고 정신'이다. 복고는 미래를 위해 과거를 돌아보는 온고지신(溫故知新), 그리고 현재의 행복 찾기가 수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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