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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들 대부분 장기계약…정부, 감축 압박에 난감

■美 "모든 파트너 국가, 이란 원유수입 줄여야"<br>국제사회 예외 조치 없어 수입 감축 불가피 하지만<br>무역상황 악화 고려땐 美와 협상 순탄치 않을듯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과 관련된 미국과의 협상이 시작됐다. 당장 수입량 감축에 대한 세부 사항까지 논의되지는 않았지만 미국 측이 북핵 문제까지 언급하며 공식적으로 압박한 만큼 앞으로의 협상 전망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로버트 아인혼 미 국무부 대북ㆍ대이란제재 조정관 일행은 17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를 방문해 김재신 차관보와 1시간가량 면담했다. 이들은 이어 오후1시30분께 과천정부청사 기획재정부에 도착해 최종구 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 은성수 국제금융국장 등과 함께 1시간30여분간 회의했다.

재정부와의 협상을 마치자마자 아인혼 일행은 곧바로 지식경제부로 이동했다. 예정보다 20분가량 늦어진 3시20분께부터 지경부 담당자와 미국 측 인사들이 자리에 앉았다. 지경부에서는 문재도 산업자원실장과 이관섭 에너지자원실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한미 양국의 만남은 미국이 국방수권법의 취지를 설명하고 우리 정부에 이해를 구하는 선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이 자리에서 얼마나 수입량을 줄여야 하는지에 대한 비율이나 수치 등을 거론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감축을 실시할 경우 미국 측이 원유 수입선 조정 등 어떤 노력을 할지에 대해서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과 논의하고는 있으나 구체적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세부적 사항은 추가 협상을 통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협상을 담당하는 외교부는 일단 이란에 대해 수입량 감축 등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성의 있는 조치를 하지 않고 예외 조치를 받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국제적으로 해야 할 필요성 있는 조치에는 어느 정도 맞춰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핵안보정상회의를 주최하는 대한민국으로서 우리도 국제적 노력에 우리가 할 만한 노력은 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정부 일각에서는 원유 수입 감축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내는 상황이다. 이 당국자는 "(이란산 원유 국내 점유율인) 9.7%에서 약간 변화가 생긴다 해서 전체 비중에 얼마나 변화가 있겠느냐를 볼 때 당장 국내 유가에 큰 영향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지경부는 현재 전체 도입 원유 가운데 9.7%에 달하는 이란산 원유의 비중을 얼마까지 줄여야 할지를 미국 측과 실무 협상을 통해 결정하게 된다. 우리 정부는 일반적으로 정유사들이 원유의 경우 장기계약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국내 수출에서 석유제품과 화학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최근 무역 상황까지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과의 협상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가급적 이란산 원유의 감축분을 늘리려는 미국 측과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우리 측의 줄다리기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경부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 측이 미국에 요구한 사항과 미국 측이 원하는 점들을 일단 테이블 위에 놓고 협상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이란산 원유 수입을 어느 정도까지 감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차차 진행될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아인혼 조정관이 이란 핵 문제와 북핵 해결을 연계하는 듯한 발언을 한 점도 주목된다.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비핵화라는 본질은 같다는 점에서 미국이 둘을 연계할 수 있다는 관측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조병제 외교부 대변인은 "(언급이 있었다고 해서) 북한 문제와 특별한 관심이나 연계가 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것 같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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