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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구조개혁] 정규직 과보호 틀 깨야 노동 유연성 확보·양극화 해소 가능

392만원 vs 134만원… 정규·비정규직 임금격차 심화

정년연장제 시행 앞둔 지금이 노동 개혁 '골든타임'

임금 경직성 해소·정규직 해고요건 완화 서둘러야

김대환(오른쪽 두번째) 노사정위원장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19년 연속 무분규 전통을 깬 현대중공업 노조는 4일에도 4시간 부분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회사는 조선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맞아 올 들어 3ㆍ4분기까지 사상 최대인 3조2,0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지만 노조 측은 경영여건과 무관하게 임금인상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 회사 평균 연봉은 7,200만원에 달한다. 현대중공업의 사례는 과보호를 받고 있는 우리나라 대기업 노조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과도한 요구를 내세우며 실력행사를 하는 강성노조의 모습은 현대중공업만이 아니다. 과거 극한투쟁을 불사했던 쌍용차와 한진중공업, 철도노조를 비롯해 매년 정례적인 파업을 하는 현대차 등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모습을 우리는 숱하게 봐왔다. 더욱이 대기업 정규직으로 입사하면 노조의 보호막 아래 업무성과가 부진해도 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고용세습까지 이뤄지는 게 현실이다. 60세 정년 시행이 1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노조가 손을 놓고 있다 보니 임금피크제 도입은 요원한 상황이어서 기업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러한 정규직 중심의 근로자 보호 구조는 비정규직과의 임금격차를 확대하면서 이중구조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근로자 인건비가 생산성과 조화되지 않는 고비용 구조는 비정규직 근로조건 개선이나 신규 근로자 진입을 막는다. 정부가 정규직 과보호 이슈를 제기하며 대기업과 공기업 정규직 노조를 중심으로 노동구조 개혁에 칼을 뽑아든 이유다.

통계청에 따르면 임금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는 607만명으로 전체 경제활동 인구의 32.1%를 차지한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상대임금은 지난 2003년 71.6%에서 2014년 65.5%로 하락했다. 특히 대기업ㆍ유노조ㆍ정규직(136만명)의 월평균 임금은 올 3월 기준으로 392만원에 달하는 반면 중소기업ㆍ무노조ㆍ비정규직(485만명)의 경우 134만5,000원에 불과하다.

김희성 강원대 교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격차가 너무 벌어져 좋고 나쁜 프레임이 돼버렸다"며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한 정규직 과보호 문제를 손대야 노동시장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기적으로도 오는 2016년 60세 정년 연장 시행을 앞둔 지금이 근로시간 단축과 통상임금을 비롯한 노동시장을 개혁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이번 기회에 과거 고도성장기의 고용 시스템을 저성장 고령화 시대에 적합하게 재정비해야 일자리 부족과 격차 문제를 풀어낼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고용 유연화의 방향은 크게 임금 경직성 해소와 해고요건 완화를 꼽을 수 있다. 정규직 기득권을 줄이는 만큼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해 차이를 좁히겠다는 구상이다. 정부가 우선 노조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대기업과 공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이 시장이 상대적으로 과보호돼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와 동시에 이달 말 발표하는 비정규직 대책을 통해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도 확충할 계획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식적 퇴출 프로그램이 아니라 실질적인 기회를 부여하는 프로그램을 조직적ㆍ체계적으로 운영하는 한편 필요하다면 근로 조건과 임금 수준을 생산성에 맞춰 다운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적으로 정규직의 임금이나 근로시간의 경직성을 완화하는 방안은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모두 의견을 같이한다. 직무성과급 체계로의 임금체계 개편과 임금피크제 도입 확대, 근로시간 유연성 제고 등을 통해 생산성과 연계한 임금구조를 정착시킨다는 복안이다.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를 계속 끌고 가면 고용 경직성을 풀어줄 수 없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선진국은 생산성에 따라 임금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정년 문제가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가장 논란이 큰 건 해고 부분이다. 기재부는 사내 규정인 취업규칙 개정을 유도해 대기업 정규직 성적 부진자들에 대한 해고규제 완화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집단해고의 유연성이 떨어지는 편인데다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 정리해고 카드는 꺼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비해 정규직 고용보호지수는 경직성이 큰 편이다. 재계에서도 일반 해고 절차와 관련 근로기준법에서의 '정당한 이유'가 너무 모호해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실적이 현저히 낮은 임직원도 해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이에 대해 고용부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여기에 전문가들은 현행 단체협약 시스템의 불합리함을 고치기 위해 파업시 대체근로를 허용하거나 부당 해고시 금전보상 제도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과도한 취업규칙과 단체협약 조항을 걷어내는 낮은 성과자 해고 규제 완화와 임금체계 개편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며 "동시에 정규직 과보호 하나만이 아닌 사회안전망 부실도 보완하는 패키지 딜이 사회적 타협으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찌 됐건 일련의 노동정책이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를 통한 대타협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비정규직 근로자는 참여하지 못한 채 대기업 노조만이 노동계 대표로 들어가 있는 노사정위에서 원만한 합의가 이뤄질지 의문을 던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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