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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의 남성학] 씨받이와 씨내리

다른 남자의 정자를 수태하여 아이를 낳아준 미국의 한 대리모가 아이 소유권을 주장해 법적 분쟁이 번진 적이 있었다. 이른바 현대판 대리모의 비극이다. 그런가 하면 세계적인 톱가수 셀린 디옹이 후두암에 걸린 남편이 건강했을 때 받아 주었던 정자를 냉동 보관해 오다가 임신한 것 등 인간복제를 눈앞에 둔 의학의 발달에 맞추어 아무때나 어떤 방법으로도 임신이 가능한 상태이다. 특히 외국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미모의 여배우나 모델들이 예쁜 아기 낳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난자와 자궁을 빌려주는 사업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문제는 부부의 몸과 사랑에 이루지 못한 임신은 불행도 잉태한다는 것이다. 강수연이 주연하여 국제영화제에서 관심을 모았던 영화 `씨받이`만 보더라도 유교 농경 사회였던 우리나라는 유난히 씨받이에 대한 기록이 많다. 통상 직업적으로 남의 아이를 대신 낳아주는 씨받이는 눈을 가린 채, 보쌈 당해 강제로 합방한 후 아이를 배고 아들을 낳으면 대가로 논 한 마지기 이상을, 딸을 낳으면 찾아가지 않고 양육비로 논 서마지기를 받았다. 하지만 아무나 씨받이가 되는 것은 아니고 친형제나 사촌의 비율이 남아가 많아야 하고, 부모가 회갑을 넘길 정도로 장수집안에 몹쓸 병에 걸리지 않아야 하는 등 까다로웠다. 씨받이와 달리 씨내리도 있었는데 보통 뜨내기 소금장수나 땜장이들이었다. 남성에게 결함이 있을 경우 이들을 은밀히 매수하여 아내와 동침 시켜 대를 이었다. 그런데 고려 때 밀직부사(密直副使)의 고위직에 있었던 허유(許猶)는 아들을 못 낳는 것을 고민하다가 가문의 어른들과 상의한 끝에 종을 통해 아들을 얻었으나, 임포 콤플렉스와 질투로 아내의 양쪽 귀를 잘라내고 종의 코를 뚫어 고삐를 매고 성기를 잘라버렸다. 대를 이어야만 하는 양반으로서의 책임과 인간적 번민이 빗은 비극이다. 따라서 부부 한 쪽의 치명적인 결함으로 도저히 아이를 낳지 못한다면 입양을 권하고 싶다. 불과 얼마 전까지 세계 최대의 입양아 수출국이었다는 국가적인 오명도 씻고 부수적인 문제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낳은 정보다 기른 정이 더욱 깊은 사랑임을 알아야 한다 <퍼스트비뇨기과원장 drkim@drim2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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