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책과 세상] 조선 공부의 달인에게서 배우는 학습 노하우

■ 공부에 미친 16인의 조선선비들 (이수광 지음, 해냄 펴냄)


'조용한 방에 단정히 앉아 칼로 턱을 고이는가 하면 허리춤에 방울을 차고 스스로 행동을 조심해 밤에도 정신을 흐트린 적이 없었다'

조선왕조실록의 졸기에 있는 기록이다. 서릿발 같은 선비의 기상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름아닌 시속(時俗)과 타협하지 않고 철저하게 자기 자신을 단련하면서 학문한 선비 '조식'을 표현한 구절이다. 조식은 자신을 먼저 다스리고 사람을 다스리는 것을 기본으로 삼았다. 성리학으로 경과 의를 표방, 경으로 마음을 곧게 하고 의로 밖의 일을 처리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그는 철저한 자기 절제로 일관하였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았다. 조식은 벼슬을 거부하고 평생을 처사(조선 중기 벼슬을 하지 않고 초야에서 은둔한 선비)로 지내면서 현실 정치의 폐단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정치 개혁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조식의 단계적이고 실천을 염두에 둔 학문은 후에 경상남도 일대 남명학의 고고한 학풍으로 자리잡았다.

"나는 집 안에서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드는 틈틈이 사랑에 나가서 옛 글을 찾아 읽고 심지어 산야에 묻힌 글까지 찾아 읽었다. 그러다 문득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기록을 하는 것만 못하다는 말이 생각나서 가장 요긴한 글을 가려내어 적거나 나의 소견을 덧붙였다"



빙허각 이씨의 '규합총서'서문에 실린 그의 집필 동기다. 빙허각 이씨는 여성들의 향학열이 높아졌던 18세기, 집안일을 하는 틈틈이 요긴한 글을 선별해 베껴 적고 소견을 덧붙여 여성백과사전 '규합총서'를 만들었다. 고루한 성리학에 바탕을 두기보다 술 담그는 법과 음식, 반찬을 만드는 법, 임산부들이 금지해야 할 것 등 부녀자들의 실생활에 필요한 언문을 후대에 남겼다. 당시 여성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은 그의 진취적인 자세와 민본 사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중 역사서 집필에 힘써온 저자 이수광은 이처럼 조선의 선비 16인을 다각도로 추적, 그들이 깨우친 공부비법을 소개한다. 조선의 주류 학문인 성리학을 탐구한 선비들, 숨겨진 재능을 감출 수 없었던 여사(女士), 조선 후기 사회 개혁을 추구한 실학자들, 신분을 뛰어넘어 학문 탐구에 몰두한 비(非) 양반 선비 등 치열하게 학문에 매진한 다양한 인물이 포함 돼 있다.'공부를 왜 해야 하는가'고민하는 청소년에서부터 바쁜 일상 속에서 삶의 구심점을 잃은 직장인들까지 책과 공부의 필요성을 찾고 있는 모두에게 죽비(竹篦)가 되어준다. 1만 3,8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