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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당근과 채찍'은 개인의 창의력 파괴한다

■ 드라이브 (다니엘 핑크 지음, 청림출판 펴냄)<br>보상이 단순한 작업엔 위력 있지만 창의적 접근 필요한 때엔 효과없어<br>창의력 발휘 억압하는 한국 사회도 즐거움 기초한 내재욕구 개발 절실


지난 1969년 카네기멜론대의 심리학과 대학원생인 에드워드 디씨는 특별한 실험을 진행한다. 그는 두 그룹을 지정하고 양쪽 모두에게 세 번씩 소마 퍼즐을 풀게 했다. 모두 한 번씩 퍼즐을 풀게 한 후 그룹 A에는 보상을 주고 그룹 B에는 보상을 주지 않았다. 한 번도 보상을 받은 적 없는 그룹 B는 계속해서 퍼즐에 흥미를 보였지만 보상을 받은 경험이 있던 그룹 A는 퍼즐에 흥미를 보이는 시간이나 즐거움을 느끼는 시간 자체가 줄어들었다. 앨빈 토플러와 함께 세계적인 미래학자로 꼽히는 저자는 디씨의 실험을 통해 누구나 갖고 있는 세 번째 욕구, 즉 제3의 드라이브에 주목한다. 배고픔, 졸림, 성욕 등 생물학적 첫 번째 욕구를 '동기 1.0', 보상은 추구하고 처벌은 피하고자 하는 두 번째 욕구를 '동기 2.0'이라 규정한 저자는 "즐거움에 기초하는 내재 동기, 즉 스스로 일할 때 얼마나 창의력을 느낄 수 있는지가 가장 폭넓고 강력한 욕구가 된 지점을 동기 3.0"이라고 정의한다. 지난 2세기 동안 급속한 성장을 이룬 산업 사회에서 '당근과 채찍' 이론으로 대변되는 동기 2.0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지만 21세기에 들어서는 창의적인 사회 시스템과 종종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에 저자는 주목한다. 저자는 동기 2.0의 한계를 실제로 우리 옆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사건들을 통해 규명한다.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거대 기업이 16년 동안 엄청난 자원을 투입해 구축하고자 했던 MSN 엔카르타(일종의 인터넷 백과사전)는 실패한 반면 아무런 보상도 없이 자발적으로 만든 위키피디아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백과사전으로 성장했다. 또 공개 소스인 리눅스나 파이어폭스, 그리고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무하마드 유누스의 '사회적 기업'처럼 인간이 육체적ㆍ물질적 보상을 추구하는 것 이상으로 자신의 만족과 일 자체가 갖는 즐거움을 추구하기 위한 욕구가 존재하며 더 이상 동기 2.0은 힘을 쓸 수 없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야말로 동기 2.0의 단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한다. 집을 원하는 구매자, 수수료를 원하는 저당권중개인, 유가증권을 원하는 월가의 증권업자 등 모두가 단기 보상만 얻으려 집중했기 때문에 경제 버블이 꺼졌을 때 체제 자체가 위협을 받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당근과 채찍'의 치명적인 결점으로 ▦내재 동기를 없앤다 ▦성과를 감소시킨다 ▦창의성을 말살시킨다 ▦선행을 몰아낸다 ▦사기, 편법 등 비윤리적 행동으로 이끈다 ▦중독성을 유발시킨다 ▦근시안적인 생각만을 촉진시킨다는 점을 꼽았다. 저자는 단순하고 명확한 작업을 수행할 때는 보상이 위력을 발휘하지만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한 문제에 있어서는 효과를 내지 못하며 오히려 자기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내재 동기를 마련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내재 욕구에 집중하며 유연하면서도 창조적인 개인을 'I(Intrinsicㆍ내재적) 유형'이라고 정의한 저자는 "I유형의 행동은 자율성, 숙련, 목적이라는 세 가지 영양소에 의존한다"고 말한다. 자기주도적이며 중요한 것을 잘 하려고 전념하고, 탁월함으로의 추구를 더 큰 목적으로 연결시킨다는 것이다. 거대한 외적 보상주의에 갇혀 개인의 창의력 발휘와 개발이 억압되는 한국 사회도 '내재 욕구'를 개발하라는 조언이 절실한 시점이다.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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