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기 하락에 몸살을 앓는 중국과 브라질 등 신흥국들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연합(EU)ㆍ일본 등 선진국들이 본격적으로 신흥국을 견제하고 나서면서 무역을 둘러싼 각국의 갈등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선진국 대 신흥국' 구도로 진행되던 무역갈등의 판도가 '신흥국 대 신흥국'으로 변화하는 움직임도 감지돼 올해 글로벌 무역전쟁이 '제2라운드'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재 선진국들의 주요 타깃은 중국이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보호무역으로 역내에서 과도한 이익을 가져가는 중국 기업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EU는 이번 실사를 바탕으로 중국산(産)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도입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EU가 강경책을 선택한 이유는 중국 기업의 저가공세에 맞서 역내 산업을 보호하는 한편 더 이상 중국의 '무역보복'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예를 들어 중국국제항공 등 3개 항공사는 최근 EU의 탄소세 도입에 반기를 들어 지난해 체결한 120억달러 규모의 에어버스 계약을 전격 보류하며 EU를 압박하고 있다. 지금까지 최대시장인 중국의 눈치를 보며 전전긍긍해왔지만 앞으로는 단호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일본은 최근 희토류 수출제한과 관련해 중국을 사상최초로 국제무역기구(WTO)에 제소하며 역시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브라질도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기두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최근 "불공정한 경쟁에 맞서 제조업을 보호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최근 멕시코와 맺었던 자동차 무관세수입 협정을 폐기한 게 대표적 사례다. 브라질은 멕시코산 자동차를 14억5,000만달러어치 이상 들여올 수 없도록 상한선을 도입했다. 브라질은 지난달에도 한국과 중국 완성차에 대한 공업세(IPI)를 30%포인트나 인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에 대해 "브라질이 수입품 관세를 높이고 환율통제에 나서는 등 보호무역으로 회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라질은 또한 이달 초 중국산 휴대폰 수입을 규제하기로 하는 등 중국에 대한 견제수위도 높여가고 있다. 중국과 브라질이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무역장벽을 점차 높이는 것은 세계의 성장엔진으로 불렸던 이들 국가의 경제가 점차 차갑게 식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통계청은 중국 기업의 지난 1~2월 순익이 전년동기 대비 5.2% 하락한 6,060억위안을 기록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중국 기업의 순익이 떨어진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창지안 바클레이스캐피털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통신에 "중국경제에 분명한 경고등이 켜졌다"며 "정부 차원에서 산업활성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브라질 역시 최근 헤알화 강세로 수출경쟁력이 점차 약해지면서 1월 산업생산이 전년 대비 3.4% 줄어드는 등 경기하락세가 완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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