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을 보고 뽑을지 정당을 따라가야 할지 고민하다 서민 생활 좀 편해질까 싶어 정당을 따라갔어요."(47세 박모씨)
11일 오전10시께 서울시 은평구의 한 투표장에는 선거에 참여하려는 시민 행렬이 잇따랐다. 이른 아침 출근에 앞서 투표에 나선 유권자들이 한바탕 지나간 다음인데도 청년층보다는 중장년층 위주로 사람이 많았다. 서민이 주로 사는 지역 때문인지 복지정책에 대해 상대적으로 큰 관심을 보였다. 40대 남성 유권자는 "살면서 처음으로 지지하던 정당을 바꿔 투표했다"며 "복지 정책이 얼마나 지켜질지는 의문이지만 기대를 담아봤다"고 말했다.
투표장을 찾은 30대 부부는 "지난 총선 때는 투표하지 않고 놀러 갔는데 이번에는 자녀 보육 문제 등에 관심이 있어 잘 해결해줄 것 같은 후보와 정당에 투표하러 왔다"고 설명했다.
같은 시각 대학생이 많이 살고 있는 성북구의 한 투표소에는 젊은 유권자를 여럿 찾아볼 수 있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많은 영향을 받는 세대답게 곳곳에서 투표 인증샷을 찍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학원생 박철욱(27)씨는 "투표는 현 정권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주변 친구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나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투표 권유를 많이 했다"고 소개했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일자리에 대한 바람도 들을 수 있었다. 도서관으로 향하기 전 아침 일찍 투표를 마쳤다는 취업 준비생 이민정(25)씨는 "눈높이를 낮추라는 말만 하지 말고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 '미스매치(불일치)'를 해소하는 일을 새 국회의원들이 제1의 역점과제로 삼아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새롭게 구성될 국회에 대한 시민의 바람도 이어졌다. 해외 여행을 즐긴다는 20대 남성 김상현씨는 "세계 어딜 가도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만드는 데 의원들이 힘써줬으면 좋겠다"며 "해머와 전기톱이 날아다니는 국회부터 바꿔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사립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임모(41)씨는 "현 정권이 민간인 사찰 같은 비리를 저지르면서 우리 사회가 문화적 퇴행을 겪고 있다"며 "점점 성숙해지는 시민의식이 무의미해지지 않으려면 국가의 문화적 품격을 높이는 데 국회가 앞장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투표장에 나온 유권자 가운데는 후보자의 공약을 꼼꼼하게 비교한 뒤 결정했다는 적극 투표층도 있었지만 여전히 뽑을 만한 사람이 없다는 부정적인 반응도 적지 않았다. 경기도 양평군에 사는 성모(33)씨는 "어머니와 약속장소로 가는 길에 투표를 했지만 딱히 호감 가는 후보가 없어 그나마 나아 보이는 사람을 찍었다"며 "어머니는 아예 기권했다"고 전했다.
직장인 박상진(30)씨는 "정책이 크게 차이나 보이지 않고 내가 투표한다고 달라질 것도 없지 않느냐"며 "지난 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휴일로 삼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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