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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산책] 빈약한 도서관 머나먼 노벨 과학상


우리나라에서 노벨과학상(생리ㆍ의학상, 물리학상, 화학상) 수상자가 나올 가능성은 낮다고 한다. 빈약한 국내 도서관 여건에서만 연구한 학자라면 그 가능성은 더욱 낮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어른들이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장기적 안목을 갖고 투자하면 '불가능'도 가능하게 만들 여지는 있다.

학술정보자원 90% 인쇄물로 유통

요즘은 제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충분한 사회적 기반을 제공받지 못하고 성장하면 능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시대다. 이러한 기반은 어른들이 미래 비전과 사명을 갖고 젊은 세대를 위해 학교와 사회에 제공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각 관종별(館種別) 도서관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중추적 기반에 속한다.

지금까지 노벨과학상 수상 국가에서는 공공도서관 1개관이 봉사하는 주민 수가 5만명 미만이며 모두 훌륭한 장서와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선진국의 학교도서관 역시 학교도서관미디어센터로 발전해 교육 기본시설로서의 위상을 갖췄다. 그 중요성은 미국의 영부인이었던 로라 부시가 백악관으로 이사하자마자 전국 학교도서관 사서교사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첫 회의를 개최한 것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일본도 법률을 제정해 모든 초ㆍ중등학교에 의무적으로 학교도서관을 설치하고 반드시 사서교사를 배치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나라들의 대학도서관은 대학의 심장, 학술정보의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노벨과학상의 산실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상위 20위권 대학 도서관의 장서나 자료구입비 총액이 우리나라 전체 대학도서관의 그것보다 많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최근 들어 우리 정부와 과학기술계는 '노벨과학상 수상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각종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하나같이 수상자를 배출한 국가들의 지원 특징, 우리나라의 대응 방안 등을 다룬다. 하지만 그런 담론의 전개 과정이 축적돼 있지 않고 노벨과학상 수상자 배출에 필수적인 지식의 저수지인 도서관에 대한 언급은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처럼 지식의 저수지가 무관심이란 지독한 가뭄 속에서 바닥을 드러낸 채 타들어가고 있는데 어떻게 노벨상이라는 풍년을 기대하겠는가.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적인 대학ㆍ연구소를 만들고 노벨과학상을 수상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계획은 헛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기업체 역시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한 선진국과 같이 눈앞의 이익을 위해 대학을 비난하거나 대학에 요구만 하지 말고 창의적인 연구개발의 산실이자 가장 중요한 기반시설인 도서관에 대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

가끔씩 학술정보자원 관련 학술회의에 참석하면 기술 맹신적인 일부 학자들이 인터넷과 웹을 통해 필요한 모든 정보자원을 검색해 활용하기 때문에 도서관은 더 이상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지만 아직도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전체 학술정보자원 중 약 10%만 인터넷ㆍ웹에서 유통되고 나머지는 종이매체로 배포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하는 얘기다. 이런 학자들이 창의적이고 선도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기대하긴 힘들다. 나아가 이들의 섣부른 주장은 우리나라 도서관을 황폐화시키고 노벨과학상 수상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정부ㆍ기업ㆍ대학 과감하게 투자를

우리나라도 조만간 노벨과학상 수상자 배출 국가의 반열에 들 수 있도록 열악한 도서관 현상을 타개하는 데 정부와 기업ㆍ대학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깊은 사유를 통해 창조성과 논리성을 기를 수 있도록 건실한 학교도서관과 공공도서관을 세우고 대학과 기업은 선진국처럼 대학도서관과 전문도서관을 학술정보자원의 보고(寶庫)로 발전시키기 위해 과감한 투자ㆍ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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