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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자동차 보험 할인할증제 새옷 갈아 입을 때

기승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기승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생명과 재물 중 무엇이 중요할까. 우문이지만 답은 '생명'일 것이다. 사회구성원은 사회제도도 이러한 기준에 부합되게 개선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차량파손뿐 아니라 승객도 다치는 자동차사고의 특성상 자동차사고율을 줄이는 방향의 제도개선에는 사회구성원의 생명가치를 소중히 하는 마음이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와 달리 소액사고 많아 연15조 부담

자동차보험 통계를 분석해보면 사고규모(보험금이 1억원인 사고와 100만원인 사고 등) 또는 사고점수보다는 사고건수 기준이 운전자의 향후 사고위험을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사고건수가 많은 운전자에게 더 큰 할증률을 부과하는 건수별 할인할증제도는 운전자에게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운전자는 안전운전을 할 개연성이 커진다. 그 결과 사고발생률이 감소한다면 자동차사고로 인한 국민들의 부상위험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건수별 할인할증제도는 소액사고 운전자가 자기 부담으로 사고를 처리할 개연성이 있으므로 반대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지만 자동차보험의 본질이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제적 안정(피해자의 충분한 치료 및 가해자의 파산 방지) 또는 피해자의 치료라고 한다면 소액사고자 보호를 위주로 하는 자동차보험제도는 자동차보험의 본질에 어긋난다.

자동차보험이 없고 피해자에게 10억원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과 50만원을 지급해야 하는 두 상황을 가정해보자. 전자의 상황을 개인재산으로 부담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후자는 현재 우리 경제수준을 볼 때 개인이 부담할 수 있다. 전자의 상황에서 피해자는 치료를 못 받고 가해자는 파산상태에 빠지게 될 개연성이 크다. 자동차보험은 이 두 상황 중 어디에 가장 필요할까. 아마도 대형사고 처리일 것이다. 이것이 자동차보험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소액사고도 모두 보장해주는 보험제도는 보험료의 지속적인 인상, 사고발생률 증가, 국민의 생명위험 증가와 같이 국민이 감당해야 하는 부정적인 효과가 상당히 많다.



보험개발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현재 자동차사고 발생률은 약 23%다. 자동차사고 발생률은 총 보험가입 자동차 가운데 사고를 겪은 비율을 말한다. 쉽게 말해 100대의 보험가입 자동차 중 연평균 23대에서 사고가 난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높은 사고발생률은 주로 소액사고 때문이며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도 연간 15조원을 넘어선다. 현 자동차보험 상황은 소액사고보다 대형 인명사고가 많았던 1989년과 반대된다. 이처럼 자동차사고를 둘러싼 사회현상이 변화됐다면 달라진 상황에 맞는 옷으로 갈아입어야 하고 그 옷이 자동차보험의 건수별 할인할증제도라고 생각한다.

건수 기준 부과해 사고발생 자체 줄여야

그렇지만 국민들은 이 제도 도입으로 보험료 부담이 늘어나고 보험회사들만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의심한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의심을 불식시킬 수 있도록 이 제도로 늘어나는 보험료가 무사고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운영 과정을 철저히 살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금융당국의 노력은 국민의 불만을 최소화하면서 건수별 할인할증제도를 통해 얻고자 했던 정책목표(사고발생률 줄이기)를 달성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건수별 할인할증제도 도입 이후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효과를 엄밀히 분석함으로써 자동차사고율 감소라는 목표가 달성됐는지, 미흡하다면 어느 부분을 개선해야 하는지 지속적으로 검증하고 제도를 보완해나가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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