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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초대석]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

분단이후 일촉즉발의 긴장만 감돌던 한반도에 남북 대화합의 봄기운을 틔운 금강산관광이 시작된 지 5년이 흘렀다. 비록 해상로만을 통해 이뤄진 관광이지만 이를 계기로 활발한 민간교류가 촉발됐고 나아가 남북 화해ㆍ협력시대를 여는 단초가 됐다. 한 때 대표적인 `대북 퍼주기`로 비난이 집중됐던 금강산 관광은 지난 8월초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자살을 정점으로 새롭게 조망받기 시작했다. 덩달아 개성공단 조 성사업도 기업인들의 관심권 속으로 들어왔다. 좁게는 현대그룹, 넓게는 우리 민족의 꿈과 좌절이 매순간 교차했던 현대의 대북사업.이 사업엔 항상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이 있었다. 정주영 명예회장, 정몽헌 회장과 함께 대북사업의 최전선에서 뛰어온 김 사장은 이제 두 사람을 보내고 외롭게 대북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엔 경영권 분쟁의 소용돌이까지 가세, 현대의 대북사업이 과연 지속할 수 있을 것인지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김 사장은 하지만 “금강산지역의 관광인프라가 훨씬 좋아졌고 개성공단 개발도 탄력을 얻고 있다”며 “해야 할 일이라면 반드시 해낼 것”이라며 자신감에 넘쳐있다. -금강산관광 사업을 비롯 대북사업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은 어떻습니까. ▲정말 `어렵다`는 표현 외에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힘든 어려운 상황입니다. 1조5,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고, 북측 인사들과 말이 잘 통하지 않아 많이 싸웠습니다. 오죽했으면 내가 한국말로는 통하지 않으니 영어로 협상을 하자고 했겠습니까. 그나마 영어를 아는 사람은 세계를 알기 때문에 얘기가 될 거라고 생각해서지요. 아직도 설득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여전히 적자지만 실제로는 결코 자본잠식은 아닙니다. 자산가치를 따져보면 오히려 투자된 자본에 비해 월등히 높게 평가되고 있습니다. 빚도 하나도 없어요. -북측으로부터 절대적인 신임을 얻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금강산관광 5주년 행사에서도 다른 참석자들이 무안할 정도로 김 사장에게 `고맙다`는 인사가 쏟아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과 함께 15년전부터 대북사업을 추진해왔기 때문이겠죠. 이 두 분이 안계시니까 나를 대표로 인정한 것 아니겠습니까. 두 분 대신 꼭 해달라는 부탁도 담겨있는 것 같고. (김 사장은 이 부분에서 정 명예회장과 정 회장이 그동안 쏟아왔던 정성과 열정을 앞세울 뿐 본인은 뒷자리에 머물려는 모습이었다) -북측이 김 사장을 남측 대표로 강조하는 것은 나름의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는데요. -현대그룹이라는 버팀목이 그동안 많이 흔들렸고 지금도 좋은 상황이 아닙니다. ▲그러면 남북교류사업을 성공시켜야 하는지, 포기해야 하는지를 되묻고 싶습니다. -당연히 성공해야 하지요.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힘들지 않겠습니까. ▲그렇습니다. 기필코 성공해야 합니다. 대북사업은 장기적인 사업이예요. 이제 첫 단추를 끼운 정돕니다. 돈을 버는 것은 이제부터지요. 수익성이 확보 안된다고 돈 회수가 안된다고 무작정 중단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내년 1월에 다보스포럼에서 남북교류사업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고 뉴욕 통일포럼의 초청으로 국제연합(UN)에서 연설할 기회가 있는데, 그자 리에서 남북교류사업을 중단해야 하는지 물어볼 작정입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어려움들은 여전한데요. ▲현대아산은 철도연결, 강원도 수해지역복구 등 건설사업외에 남북간의 물자수송, 송이버섯 재배, 조개양식, 회센터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통천에 경공업 단지를 조성, 기념품 등도 만들 계획입니다. 온정리와 고성지역에 북한 주민 3만명이 거주하고 있어 이들 인력을 활용하면 충분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북측에 주는 관광대가도 사업성이 더 나빠지면 조율을 할 작정입니다. 북측에 원산까지 직항로를 개설하자고 요구하고 있어요. 이 지역을 특구로 지정해서 중장기적으로는 원산, 묘향산, 금강산, 백두산을 연결하는 고부가 관광사업으로 만들어 남측 기업은 물론 외국인투자도 유치할 계획입니다. 이 같은 사업들이 북측이 말하는 `강성대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설득중입니다. 현재 금강산은 면세지역이 됐고, 개성공단은 5년간 기업소득세를 면제해주는 것은 물론 임금은 57.5달러로 정했습니다. 개성공단은 현재 2,000만평이지만 이 부지를 나중에는 2억평까지 늘려나갈 작정입니다. -대북사업 자체에 회의론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영국 사람들이 한국을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말하는데, 개인적으로 이 말을 싫어해요. 한반도가 섬입니까. 한국은 남북을 도로와 철도로 연결해서 대륙 진출의 길을 터야 합니다. 이것이 정 명예회장의 생각이었습니다. 이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도 정 명예회장이 계셨기에 가능했던 일이죠. 언젠가 일본의 게이단롄과 전경련의 모임에서 강연을 했는데 “일본은 북한과 어떻게 교류의 물꼬를 터야 하나”라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나는 “일본에는 정주영이 없다.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 어떻게 사업을 할 수 있나”라고 대답했지요. 대북사업은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으면 못 들어간다는 일부의 주장은 잘못된 것입니다. 위험이 따르는 곳에 돈이 있습니다. 정 명예회장의 중동신화는 이것 때문에 가능했지요. 북한 개성공단도 똑같아요. 지금 많은 기업이 들어가있는데 문을 닫으면 남과 북 모두에게 도움이 안됩니다. 금강산에만 57만명이 다녀왔고, 금강산관광이 시작된 후 동해로는 간첩선이 한번도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총부리를 겨누던 남북의 군인들도 이제 서로 만나면 악수를 하게 됐구요. 문을 닫으면 이렇게 좋아진 남북관계가 도로 경색될 것 아니겠습니까. -KCC가 현대그룹 경영권을 인수하면, 대북사업을 재고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현대아산을 정리할 수 있겠습니까. 우선 KCC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지요. 그룹을 편입한 후라면 모르지만 아직은 현대그룹에 대해 왈가왈부할 입장이 아닙니다. 또 정 명예회장 역시 대북사업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각별하기 때문에 현대아산을 정리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정 명예회장은 금강산에 골프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어요. 정 명예회장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뜻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기도 하고. 그런 말이 나온 것은 아랫사람들이 잘못한 것입니다. 정상영 명예회장과 현정은 회장간의 갈등은 주주들간의 지분 문제로만 봐야 하며,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은 지속될 것입니다. 대북사업을 자신의 이해관계를 앞세워 중단하는 것은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 누가 현대그룹의 경영을 맡게 되든 대북사업에는 영향이 없을 것입니. 결국 두 사람이 잘해보자는 쪽으로 해결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부의 지원 없이는 대북사업이 성공할 수 없다는 판단이 지배적입니다. 정부가 어떻게 지원해야 합니까. 또 북측은 어떤 일을 해야 할까요. ▲정부는 간접적으로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을 도와줘야 하는데 관광공사의 지원자금마저 깎아버렸습니다. 정부가 말로는 `햇볕정책의 옥동자``평화의 사업`이라고 하면서도 정작 지원은 부족해 아쉽습니다. 북한의 사회간접자본(SOC)을 우리 정부가 해주기로 돼있습니다. 정부가 서둘렀으면 합니다. 개성공단에 도로, 상하수도 등 인프라를 우선 구축해야 합니다. 특히 대북사업에서는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추진한다는 원칙을 세웠음에도 불구 기업들이 진출하는 것을 규제하는 것은 잘못됐습니다. 마찬가지로 북측은 교통ㆍ통신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신변보장을 철저히 해줘야 합니다. 자유롭게 들어가서 사업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외국인들까지 들어와서 관광을 하고 투자를 할 것 아니겠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면 해 주시지요. ▲북측을 믿어야 합니다. 그것이 대북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그 성과를 올릴 수 있는 힘이 됩니다. 북녘 땅에 남측 민간이 자주 들어가면 국방의 측면에서도 효과가 큽니다. 정부가 국제적인 역학관계 때문에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지만 경제적으로는 빨리 서둘러야 합니다. /대담:이종환 부국장겸 산업부장 현대아산의 대북사업 마스터플랜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은 크게 ▲금강산관광 ▲개성공단개발로 나뉘어지며, 이밖에 통천경공업단지 개발, 사회간접자본(SOC) 개발, 체육문화교류, 영농, 수산업 등 다양한 사업이 포함돼 있다. 특히 금강산관광은 지난 98년 11월 18일 현대금강호가 출항과 동시에 대북사업의 상징적인 사업이 됐다. 금강산관광사업의 경우 국제관광특구로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해로관광에 이어 육로관광이 시작됐으며 내년에는 쾌속선을 이용해 보다 빨리 금강산을 오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아산은 지금까지 1억4,300만달러를 투자해 금강산지역에 해상호텔, 금강빌리지, 온천장, 식당, 공연장, 부두시설 등 다양한 위락시설을 갖췄으며, 지금까지 금강산을 찾은 관광객만 모두 57만명에 달한다. 앞으로 현대아산은 골프장 건설을 비롯 금강산여관, 김정숙휴양소, 가족호텔, 면세점 등을 개장하는 등 1억500만달러를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아산의 또 다른 대북 야심작은 개성공단 사업. 현대아산은 개성공단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국제 공업지구로 개발하기 위해 토지공사, 중소기업중앙회 등과 함께 지난 6월 착공식을 가졌다. 우선 2,000만평 규모의 공단을 조성하며, 선전ㆍ홍콩 등 중국식 경제특구모델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개성공단에 입주를 희망하는 국내 업체만 900개사를 웃도는 등 중소기업들의 뜨거운 관심에 힘입어 1만평 규모의 시범단지에 5개 중소업체가 우선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토지공사가 오는 2007년까지 개성공단에 100만평 규모의 공단을 조성한다. 개성공단에는 ▲경공업(음식료품, 섬유, 봉제의류, 가죽, 가방, 신발, 고무, 플라스틱 등) ▲중화학공업(화학, 비금속, 조립금속, 기계장비, 컴퓨터, 전자기계 등) ▲첨단산업(전자, 영상, 통신, 의료, 정밀, 소프트웨어, 컴퓨터, 생명공학 등)이 단계적으로 조성된다. 개성공단은 개성관광사업과 연계돼 추진되며, 선죽교, 왕건왕릉, 공민왕릉, 고려성균관, 박연폭포 등 유적 중심의 관광지가 개발될 전망이다. 또 금강산 지역에 3만평 규모의 통천 경공업단지를 개발, 관광기념품 제작과 농수산물 가공업 등을 육성할 예정이다. 또 통신, 철도, 전력, 임진강댐, 비행장 등 SOC 사업에 현대가 직접 사업을 시행하거나 건설자로 참여하기로 했다. 현대아산은 이밖에 통일농구대회를 비롯한 각종 체육문화교류사업, 북측의 주택개량사업을 위한 지붕재공장 설립, 3만평 규모의 채소ㆍ과일 재배, 각종 수산물의 수입판매 등을 수익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남북 철도ㆍ도로 연결공사 북측구간에 대한 자재ㆍ장비지원 사업에도 국내 대기업들과 함께 참여하고 있다. <정리=조영주기자 yjch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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