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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환율전쟁서 점잔 뺄 여유 없다

통화 약세땐 수출경쟁력 높아져

전세계 양적완화 통한 경기부양 불구 한국은 금리인하 카드로만 대응

환율조작국이란 비판 겁내지 말고 원화 강세 막는 정책 적극 펼쳐야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


바야흐로 환율전쟁 시대다. 대부분 국가들이 통화정책 중심으로 위기대응을 하면서 양적완화라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통해 돈을 화끈하게 풀고 있다.

방대한 규모로 화폐를 발행하면서 환율은 요동치고 있다. 양적완화를 통해 돈을 과감하게 풀어 경기부양을 실행하게 되면 이 과정에서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수출에 유리한 국면이 조성된다. 물론 이들 국가들은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큰 그림으로 볼 때 통화 약세도 중요한 목표 중 하나이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양적완화를 통해 경기부양과 유로약세를 유도해 역내국가들이 역외수출경쟁력을 확보하도록 하려는 움직임이 느껴진다. 이제 '1달러=1유로' 시대가 열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행 중이던 2009년 초 국제통화기금(IMF)이 사용하는 특별예금인출권(SDR)을 달러 대신 기축통화로 사용하자는 주장이 중국에서 나왔다. 중국 인민은행의 저우샤오촨 총재가 나섰다. 미국은 펄쩍 뛰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무장관, 그리고 중앙은행 총재까지 나서서 문제를 지적하기에 바빴다. 중국은 내심 통쾌해했고 미국은 자존심이 상했다. 1944년 브레턴우즈 체제 이후 최고의 기축통화로 자리 잡은 달러는 19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금태환정지선언에도 불구하고 변동환율제로의 이행을 통해 지속적으로 기축통화 역할을 해왔다. 소위 브레턴우즈 1.0이 2.0이 되면서도 잘 버티더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러 중심체제가 흔들리는 분위기가 나타났다. 하지만 곧이어 터진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유로의 위상이 추락했고 중국 경제가 고성장 시대를 마감하면서 위안화 국제화 속도도 조절되는 분위기이다.

물론 최근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영국이 참여의사를 밝히면서 미국 주도의 국제금융체제에 균열이 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지만 중국 주도로 국제금융기구가 하나 설립된다고 해서 달러의 위상이 하루아침에 추락하고 위안화 국제화가 갑자기 더 가속화되는 것은 힘들다. 그리고 AIIB가 얼마나 성공할지는 두고 봐야 하며 중국은 주요2개국(G2)이기는 하나 아직은 신흥국이다. 위안화의 부상 여부는 아직 불확실한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와 함께 조성되는 슈퍼달러 국면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미국은 슈퍼달러를 통해 그동안 실추됐던 달러의 위상을 회복시키고 브레턴우즈 3.0 논의를 잠재우려고 할 것이다.



비기축통화국이라는 태생적 '원죄'가 있는 우리나라는 달러관리 소홀로 인해 외환위기를 당한 경험이 있다. 따라서 경상수지흑자를 통해 달러유입을 촉진하고 충분한 외환보유액을 축적하는 것이 너무도 중요하다.

최근 한국은행은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경기부양과 엔저 대응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를 시도했는데 향후에는 해외 자본 유출이나 추가적 위기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외환보유액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

제프리 프랑켈 하버드대 교수는 신흥국들이 관리변동환율제를 통해 자국통화 강세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을 자주 한다. 그의 주장은 특히 우리나라에 매우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환율조작국이라는 비판을 두려워하지 말고 적절한 통화정책과 외환 시장개입을 통해 원화 강세를 저지하고 외환보유액을 축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남들은 양적완화까지 하면서 통화 약세를 유도하는데 우리는 거기에 비하면 아주 점잖은 편이다. 좀 더 의연해도 된다. 양적완화라는 이름으로 잔인하게 진행되는 최근의 환율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때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금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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