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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 직속으론 감사원 외풍 못막는다

양건 감사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이임식에서 "안팎의 역류와 외풍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이라고 토로한 양 감사원장의 발언은 아예 기름을 끼얹었다. 청와대가 "외압은 없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반향은 별로 없는 듯하다. 헌법에서 임기를 보장받은 기관장이 1년7개월이나 일찍 물러나는 모습을 보며 말뿐인 독립성의 허망함만 느껴진다.

돌이켜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우리 헌법(4장2절4관)과 감사원법(2조)에 따르면 감사원이 직무상 독립성을 갖는다지만 엄연히 대통령 소속으로 묶여 있다. 감사원장과 감사위원은 물론 5급 이상 공무원에 대한 최종 임명권한도 행정부 최고수반에게 주어진다. 사실상 모든 인사권을 대통령이 장악한 셈이다. 감사원장은 겨우 6급 이하 공무원의 임명권만 가질 뿐이다. 외부에서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데 소신을 가지고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하라는 얘기가 통할 리 없다. 감사원이 정권교체기마다 흔들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감사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감사기구가 행정부 직속인 곳은 우리를 제외한 조사 대상 23개국 중 스위스가 유일했다. 나머지는 의회 소속이거나 완전한 독립기관이다. 대통령제를 택한 나라들도 모두 행정부 밖에 둔다. 노르웨이ㆍ스웨덴 같은 곳은 감사원장 임명권을 아예 의회가 틀어쥐고 있다. 임기제한이 없거나 10년을 넘는 곳도 11개국이나 된다. 그만큼 업무의 연속성과 독립성을 중시한다는 의미다. 역대 감사원장 평균 재임기간이 2년2개월밖에 안 되는 우리와는 너무 대조적이다.



감사원을 이대로 둔다면 혼란만 계속된다. 배를 태풍 속에 던져놓고 왜 파도에 흔들리느냐고 질책해서 될 일도 아니다. 감사원을 외풍에서 빼내려면 대통령 직속의 굴레를 벗겨 실질적인 독립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 헌법까지 건드려야 하는 매우 민감하고 어려운 문제지만 언제까지 회피할 수만은 없다. 모두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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