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포스코와 현대중공업, CJ 등 대기업들이 실적 호전으로 보유현금이 늘어나면서 계열사나 관계사에 대한 지분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들어 20일까지 계열사나 협력사 등의 주식을 취득하거나 출자를 한 기업은 현대중공업과 CJ, STX, 동부정밀화학, 만도, 한진중공업 등 40개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기업의 총 투자액은 3조8,418억원에 달한다. 이는 올 초 보다는 6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에 앞선 7월에도 포스코와 삼성테크윈, 효성, 호남석유화학 등 54개 업체가 3조3,642억원을 계열사 등의 주식 취득에 투자했다.
이에 따라 7월 이후 한달 보름여 동안의 투자금액만 7조2,031억원으로, 상반기 전체 금액(6조8,033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주목할 것은 대기업이 계열사 등에 대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건당 출자액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의 건당 평균 출자 금액은 올 초 187억원에서 6월에는 203억원, 지난달에는 623억원으로 늘어난데 이어 이달 들어서는 960억원까지 껑충 뛰었다.
이는 최근 들어 기업들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면서 계열사 등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잔뜩 움츠렸던 기업들이 최근 실적이 호전되면서 그 동안 미뤄놨던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적 호전으로 유동성이 지나치게 늘어나면서 이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생긴 점도 계열사 출자를 늘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타법인 주식 취득과 출자가 늘어난 것은 투자 확대로 봐야 하며 그런 의미에서 이는 경기회복의 산물”이라며 “현금이 많은 기업들이 경기가 좋아지다 보니 앞으로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행동에 나서고 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조심스런 분석을 내놓고 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에서 4ㆍ4분기 이후 실적에 대해 여전히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계열사 등에 대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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